작업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외벽에서 ‘협치’를 강조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독일 방문을 마치면서 여야 갈등으로 대치 국면에 접어든 정국이 이번주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뇌관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다. 문 대통령 귀국일인 10일은 두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시한이다. 문 대통령이 11일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여 정국이 파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맞물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추가경정예산안의 7월 국회 처리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마저 정부·여당과의 ‘협치 종료’를 선언하면서 정국 해법은 한층 꼬이고 있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독일 출국 전날인 지난 4일 국회에 송 후보자와 조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10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현재의 여야 대치 국면을 고려할 때 국회가 이들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렇게 되면 문 대통령은 귀국 다음날인 11일부터 임명 강행 카드를 꺼낼 수 있게 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청문보고서가 재송부 시한 이후에도 채택되지 않자 임명을 강행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지명 철회 계획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임명 여부는 11일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야당 반대에도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여야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으며 국회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정우택 원내대표는 7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 귀국 후 두 후보자의 임명 강행 여부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임명을 강행하면 협치의 정신은 이미 없어진 것이고 7월 국회는 물 건너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갈등을 겪고 있는 국민의당은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국민의당은 9일 문재인 정부를 ‘포퓰리즘 독재 정권’으로 규정하고 정부·여당과의 협치 종료를 선언했다.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청와대와 여당이 더 이상 협치할 의지가 없다는 점이 명백해졌다”며 “국민의당은 ‘국정은 협치, 국민은 혁신’ 당사 현수막을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 직후 국민의당은 당사 외벽에 걸린 현수막을 떼어냈다.
더욱이 야당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부·여당이 7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추경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예산결산위원회를 가동해 추경 심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지만 야 3당이 불참하면 정족수 미달로 심사 착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추경안이 결국 예결위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정세균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카드도 거론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여당은 문 대통령이 귀국 후 야당 대표들에게 G20 정상회의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통해 추경 처리를 협조한 뒤 7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날인 18일 본회의 통과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