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미가 우승컵을 받은 뒤 아버지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KPGA
“골프 인생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쳤습니다.”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는데 성공한 박보미(23·하이원리조트)는 정규라운드 마지막 홀 버디 퍼트를 하기 전 느낌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박보미는 9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의 웨이하이포인트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금호타이어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일 버디 5개와 보기 3개로 2타를 줄인 그는 최종합계 6언더파 201타로 이지후(24·유진케미칼)와 동타를 이룬 뒤 첫 번째 연장전에서 파를 지켜 정상에 올랐다.
정규 투어 4년차인 박보미는 이전까지 우승은커녕 10위 안에도 들어본 적이 없는 ‘무명’ 선수였다. 지난해엔 상금랭킹 89위에 그쳤고 해마다 시드전을 통해 힘겹게 투어에 잔류해왔다. 2015년 교촌허니 레이디스 공동 14위가 최고 성적이었던 그는 통산 79번째 출전한 정규 투어 대회에서 생애 첫 ‘톱10’을 우승으로 장식하는 감격을 누렸다. 지난해 모은 4,596만원의 두 배가 넘는 1억원의 상금을 한 번에 받은 박보미는 특히 내년 시즌 출전권 자격 걱정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전날 2라운드에서 7연속 버디를 잡으며 공동 2위에 올랐던 박보미는 이날 17번홀까지 1타를 줄여 먼저 선두로 경기를 마친 이지후에 1타가 모자랐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3m 남짓한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해 극적으로 연장 승부를 끌어낼 수 있었다. 18번홀에서 열린 첫 번째 연장 승부에서 이지후는 두 번째 샷을 그린 옆 벙커로 보낸 뒤 파 퍼트를 넣지 못해 생애 첫 우승이 좌절됐다. 박보미는 7~8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친 뒤 2m 가량의 파 퍼트를 침착하게 홀에 떨궈 첫 승을 완성했다.
안송이(27·KB금융그룹)가 마지막 18번홀 보기를 기록한 탓에 연장에 합류하지 못하고 1타 차 3위(5언더파)에 올랐다. 중국여자프로골프(CLPGA)와 공동 주관한 이 대회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멤버 펑산산(중국)이 4언더파로 이솔라(27)와 함께 공동 4위로 마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