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문을 연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 전경. 축구장 70개에 달하는 연면적 46만㎡, 부지면적 11만8,000㎡로 국내 최대규모다. /연합뉴스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점포의 입지제한 방식과 영업제한 수준 등을 지자체가 지역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결정하도록 하는 안을 국정기획위에 제안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입지제한 방식은 그 틀을 바꾸는 방식으로, 영업제한 방식은 그 대상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바꾸는 안을 국정기획위에 제안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국정기획위의 의견과 새로운 산업부 장관이 확정돼야 결정되지만 지자체에 권한을 최대한 위임한다는 측면에서는 방향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국정기획위의 한 관계자도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복합쇼핑몰 등도 대형마트처럼 입지·영업제한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부 방안이 이런 방향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각계 의견수렴을 통해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새로운 안에는 △현재 등록제만 있었던 입지 제한 방식을 지자체별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만 적용되던 영업제한 규정에 복합쇼핑몰도 포함시킨 것 △영업제한 일수를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이 들어갔다. 안이 확정되면 지자체별로 대규모 점포의 입지 제한 방식과 영업제한 규정이 제각각으로 달라질 수 있는데 기존 유통규제 수준에서 완화된 결정을 내릴 수는 없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점포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향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입지제한 규정을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지역별로 기존 등록제를 유지하는 지역과 허가제 등 새로운 방식을 선택하는 지역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1㎞ 반경 내 전통상업보존구역의 상인들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지자체별로 이 규모를 더 키울 가능성도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대규모 점포로 구분되는 대형마트·전문점·백화점·쇼핑센터·복합쇼핑몰, 그리고 그 밖의 대규모 점포 등 6개 유형의 유통 업태에는 지역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등록제가 적용된다. 허가제는 아니지만 입점 위치 1㎞ 반경 내 전통상업보전구역의 상인들과 협의를 거쳐야 해 그동안 분쟁의 소지가 많았다. 대통령의 공약과 유통 업계, 지역 소상공인, 소비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산업부 입장에서 일괄적인 규제 적용이 부담스러웠는데 지자체가 최종 결정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지역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두 번째는 영업제한 규정에 복합쇼핑몰이 포함되면서 현재 확산하는 복합쇼핑몰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대규모 점포 중 소상공인들과 실질적인 경쟁 효과가 있는 대형마트와 SSM만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고 이틀 중 하루는 지역상생협의회와 협의하면 평일로 바꿀 수 있다. 산업부 안대로 법이 개정되면 복합쇼핑몰도 같은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다만 이러한 영업제한 일수를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더 확대할지 역시 지자체가 결정하게 된다. 산업부는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의사결정 방법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유통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하나의 지자체가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면 그 사례를 통해 다른 지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새 정부 들어 유통업이 일자리나 소비자 편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피력해왔는데 누구를 위한 규제 강화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을 운영하는 대형 유통 업체의 한 관계자도 “지자체에 권한이 더 부여되면 아무래도 소비자보다는 지역상인 편을 드는 지자체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서민준·윤경환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