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가 상승을 주도했던 미국 기술주가 흔들리고 있다. 7개월 연속 상승했던 나스닥지수는 6월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멈췄고 일일 주가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한 달간 6.3% 급락해 기술주 하락을 주도했다.
기술주 하락에도 불구하고 대형주 중심의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주가 기술주의 하락을 방어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업종 지수는 지난 한 달간 7.6% 오르며 기술주의 빈자리를 충분히 메워주고 있다.
미국 금융주 상승은 주주친화정책과 금리 상승, 금융규제 완화의 3박자가 맞물린 결과이다. 지난달 2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공개 후 미 대형은행은 대규모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했다. 5개 대형은행(JP모건·웰스파고·BoA·씨티·모건스탠리)의 자사주 매입규모는 935억달러였으며 이는 5개 은행 시가총액의 8.3%에 달하는 큰 규모다.
그러나 무엇보다 금융주 상승을 이끄는 핵심동력은 미국 금융규제 완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8일 도드프랭크 수정법안인 금융선택법이 하원을 통과했고 12일에는 미국 재무부의 금융규제 개혁안이 공개됐다. 금융선택법과 재무부의 금융규제 개혁안은 중복된 금융감독을 단순화하고 자본 규제와 유동성 규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금융규제가 금융의 근본기능인 신용창출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경기회복의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민주당의 반대로 금융선택법이 빠른 시일 안에 입법화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법 제정 없이도 규제 완화의 80%를 달성할 수 있다는 미국 재무부의 입장을 감안할 때 미국의 금융규제 완화 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미국발 금융규제 완화 흐름이 가속화될수록 그 수혜는 미국보다 오히려 유럽 은행주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2016년 이후 유럽 은행주는 마이너스 금리와 규제 강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왔다. 2016년 1월 대비 미국 은행업종은 30% 상승한 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은행업종 지수는 최근 회복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2016년 1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나타나는 금리 상승세와 규제 완화가 가속될수록 유럽 은행주의 저평가 매력은 높아지게 될 것이다.
유럽 은행주의 상승은 유럽증시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업종 구성이 기술주(22.3%)와 제약주(14.5%)에 쏠려 있는 반면 유로스톡스50지수의 경우 금융주 비중이 21.7%로 가장 높고 기술주의 비중은 7%로 작기 때문이다. 기술주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금융주가 대안으로 부각될수록 유럽증시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