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초구청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신 4지구’ 재건축 사업에서 일부 조합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신 4지구는 신반포 8·9·10·11·17차 및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 등을 통합 재건축하는 사업장인데 이 중 신반포 8·9차와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 등을 ‘1공구’라 지칭한다. 그 나머지(10·11·17차)는 2공구라 불린다. 그런데 조합이 지난 8일 개최한 총회에서 최고 35층, 3,685가구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사업계획안을 통과시킨 뒤 2공구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2공구 주민들은 임대주택 및 동 배치 방식 등에서 불합리한 조건들이 자신들에게 집중됐다고 주장한다. 조합은 2공구의 용적률을 약 320%까지 올려 임대주택 206가구를 배치할 예정이지만 1공구의 경우 270%의 용적률로 임대주택 배치가 없는 현 계획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단지 배치가 1공구는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판상형’인 반면 2공구 지역은 ‘타워형’이라는 점, 전체 단지를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이 아닌 각 공구 내에서만 동·호수를 배정받을 수 있게 한 방식 등 불합리한 조건들이 2공구에 몰렸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하지만 조합 측은 임대주택 배치는 서울시의 건축심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단지 배치 방식 등의 문제는 사전에 조합원 설문조사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2공구 주민들의 불만은 쉽게 식지 않을 분위기다.
이에 대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적용을 피하려는 조합의 성급한 움직임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과이익환수 적용을 피한다는 명분 아래에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비판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시간이 촉박하면서 검토 과정에 미흡했던 부분이 없지 않다”면서 “시공사 선정 등 향후 남은 과정에서 건축 개요 및 사업 방식은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속도전을 둘러싼 잡음은 다른 단지에서도 적지 않게 새어나온다. 앞서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한강맨션에서는 전체 23개 동 중 한강변에 위치한 28동만 빼고 조합 설립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로열층 배정 문제를 제기한 28동 주민들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추진위원회에서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행히 현재 주민들은 의견을 모아 파행 단계로 접어들지 않고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민들의 불만이 제기되면 재건축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잡음을 줄여가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느냐도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