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검은손'에 놀아난 면세점 선정

2015년 한화·두산 특혜
롯데는 고의적 탈락시켜
감사원 적발..檢 수사요청
결과따라 특허 취소될수도



관세청이 지난 2015년 7월과 11월에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호텔롯데에 불리하게 점수를 산정해 탈락시킨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또 2015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제수석실에 서울 시내면세점을 늘리라고 지시하자 관세청이 기초자료를 왜곡하는 등 필요성이 없음에도 면세점 수를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가 한화와 두산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고 롯데가 떨어지도록 ‘검은손’을 휘두른 것이다. 정부가 면세점 선정절차를 진행하면서 기업들의 생사를 쥐락펴락한 꼴이 됐다.

감사원은 11일 국회 감사 요구에 따른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감사 결과 13건의 위법·부당행위를 적발했다는 감사 내용을 발표했다. 감사 대상은 2015년 7월(1차), 11월(2차)에 발표된 시내면세점 사업자 심사과정과 2016년 4월(3차) 시내면세점 4개 추가 설치계획의 적정성 등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관세청은 2015년 1·2차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심사 때 특정업체에 특허권을 주기 위해 평가항목을 조작했다. 1차 3개 신규 면세점 선정심사에서 호텔롯데의 총점은 정상 평가보다 190점 낮게 채점됐다. 반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240점 높이 산정돼 호텔롯데 대신 사업자로 선정됐다. 호텔롯데는 같은 해 11월 롯데월드타워점 심사에서도 정당한 점수보다 191점을 적게 받아 떨어졌고 두산이 어부지리로 선택됐다.

감사원은 당시 심사과정에서 특정업체에 혜택을 주기 위한 윗선의 개입 여부와 관련해 “고의성은 확인했지만 위에서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듬해 청와대의 부당개입은 더욱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관세청은 2016년 추가 발급이 가능한 특허 수가 최대 한 개에 불과하다는 용역 결과를 발표했지만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의 지시로 특허 수가 4개로 늘었다. 신규 특허 4개에는 2015년 두 차례 심사에서 연거푸 탈락한 롯데가 포함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관여한 10명을 해임 등 징계 처분하도록 했고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수사 결과 선정업체의 부정행위가 확인되면 관세법에 따라 특허를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면세점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면세점 게이트’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신규 특허 발급 과정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예측이다. 특허권을 반납하는 업체도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면세점 제도를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며 “자율적 구조개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호·심희정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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