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①]현실 밀착형 배우 최소영,“늘 사람 냄새나는 역할을 기다려요”

1990년 배우 박중훈, 최진실 주연으로 개봉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연극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랑과 결혼을 현실적이면서도 유쾌하게 그린 작품으로 2014년 조정석, 신민아 주연의 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연극으로 재 각색 된 ‘나의사랑 나의신부’(원작 이명세 / 각색 김세한 / 연출,작사 정태영 / 작곡 한정림)는 톡톡 튀는 영화의 매력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연극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섬세하고 색다른 매력을 담았다. 1인 3역 이상을 완벽히 소화하며 무대를 꽉 채우는 멀티맨 최소영, 김윤하, 김찬종을 만났다.

배우 최소영/사진=조은정 기자
10년차 뮤지컬 배우 최소영은 걸 크러쉬 매력이 가득하다. 이는 무대 위 모습에 한해서다. 막상 그녀와 이야기를 해보면 의외의 소탈한 매력에 놀라게 된다. 삶 자체가 부지런한 그녀는 절대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더욱이 “예쁜 주인공보다는 비중이 크지 않더라도 사람 냄새나는 역할이 좋다”고 말한다. 그가 그리는 행복의 청사진 속엔 ‘주인공’이란 타이틀은 없었다. ‘살아있는 인물’ ‘사람 냄새나는 역’ 그 자체로 무대 위에서 설 때 행복했다고 한다.

“제가 설 수 있는 공간이면 노래든, 드라마든 무대든 다 서고 싶어요. 노래 할 때도 연기를 해야 감정이 잘 전달 될 수 있어요. 어느 곳에서든 살아있는 어떤 존재로 살아있고 싶어요. 그래서 늘 사람 남새 나는 역할이 좋다고 말해요. 열심히 해야겠죠. 저?”

결혼한 사람과, 결혼을 안 한 사람 모두가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현실 밀착형 로맨틱 코미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최소영은 자타공인 퀸카 최승희부터 주인공 영민과 미영의 대학후배, 팔방미인 작곡가 등 다채로운 변신을 한다.

첫 멀티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최소영 배우는 “너무 재미있어요. 옛날엔 눈치도 많이 보고 자유롭지 못했는데, 배우로 살면서 그런 강박관념이 슬슬 풀리나 봐요. 멀티 역이 너무 재미 있는 것 같아요.”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결혼 초반이 연애 뒷부분 감정이랑 비슷해서 인지. (미혼이지만)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요. 남동생이랑 살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들도 여기 많이 들어 있어요.“라고 전했다.

이번 작품 연출은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뮤지컬 ‘그리스’ ,‘해를 품은 달’ 등의 정태영 연출가가 맡았다. 최소영 배우와 정태영 연출가의 인연은 7년 전 뮤지컬 ‘그리스’에서 시작됐다. 이번 작품은 인생 선배이기도 한 정태영 연출의 적극적인 러브 콜로 함께하게 됐다고 한다.

배우 최소영 /사진=조은정 기자
배우 김윤하, 최소영, 김찬종 /사진=조은정 기자
2007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최소영은 ‘내 마음의 풍금’ ‘오 당신이 잠든사이’ ‘헤드윅’ ‘롤리폴리-우리들의 청춘’ 등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았다.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작품은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알콜 중독자 숙자로 분한 그는 카랑 카랑한 음성과 시원한 보컬,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여 그의 이름 석자를 기억하게 만들었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배우 스스로에게도 특별한 작품으로 남았다.

“지금까지 제가 한 인물 중, 어떤 역할을 제일 사랑하나? 하고 돌아보니,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숙자’를 제일 사랑한 것 같아요. 저에 대한 정체성을 되게 많이 고민 할 때 만난 작품입니다. 그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역할이 재미있을 때, 그 역으로 살아있을 때가 내가 행복하구나. 내가 원하는 역할을 하나 하나 적어보기도 했는데, (다른 이들이 하고 싶어하는)여주인공들은 아니었어요. 저 참 이상 한 건가요? (웃음) 이번에 다시 한번 ‘오 당신’을 하는데 그 날이 기다려지고 기대됩니다.”

‘오 당신’은 모범생으로 살아온 최소영 배우의 인생을 바꾼 작품이다. 정해진 틀 속에서만 살아온 그는 겁이 많아 지극히 소심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본인과 전혀 다른 센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걸 크러쉬 매력이 더해진 최소영은 여성 관객들의 응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받게 된다.

“제가 지금까지 가진 틀을 슬금 슬금 깨 나가는 게 재미있어요. 공주가 궁 밖을 나가서 경험한 세계가 이럴까요. 그런 다른 맛을 알아가고 있어요. 전 많지만 않지만 여성 관객들이 이런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김윤하 배우는 동료 배우 최소영씨를 칭찬했다. 무엇보다 연습벌레인 배우로 단 한순간도 대충 대충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소영 누나를 이번 작품으로 3개월째 알아가고 있어요. 되게 FM인 분이죠. 정확한 이유와 타당성 있는 연기로 연기에 임하세요. 한편으론 저렇게까지 피곤하게 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배우라면 당연한 거거든요. 정말 본받을만한 선배죠. 삶 자체가 부지런하세요. 아침에 수영가고 헬스까지 갔다가 연습실에 오세요. 공연 후 집에 갈 때도 칼 같으세요. 제가 상의 탈의할 때 쯤 누나는 이미 퇴근에서 문 밖으로 나가는 중입니다.”

팀의 막내 김찬종 역시 “항상 메모하는 멋진 선배이다”며 치켜세웠다.

“항상 연습실에 일찍 오시고 늘 메모를 하세요. 연습이 끝나고 나서도 노트하고,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메모를 하세요. 매번 노력하는 모습, 또 그걸 자기화 시키는 모습이 멋있으세요. ”

최소영의 배우로서 꿈은 분명했다. 작품을 열심히 해서 언젠가는 엄마 역할을 꼭 해보고 싶은 것. 20대 시절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을 하면서 엄마 역할을 처음으로 해봤다는 그는 제대로 엄마 역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엄마 역을 하는 배우들을 눈여겨 보는 편이에요. 그런 감성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한마디로 전 사람 냄새나는 역할을 늘 원하는 것 같아요.”

사람 냄새나는 배우 최소영은 인터뷰 말미, “함께 작품을 하면서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살고 있는지 잘 몰랐는데 이번 인터뷰로 인해 조금이나마 알게 됐어요. 감사해요.”라는 말을 건넸다.

그녀의 사람 냄새 나는 다음 무대가 더욱 기다려지는 인터뷰였다.

→[SE★인터뷰②] 속 깊은 배우 김윤하 편으로 이어집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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