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말세탁’ 의혹과 관련한 정황을 밝혔다.

정씨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의 공판에 나와 증언했다. 정씨는 “삼성이 사준 말을 두고 어머니가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박영수 특검팀이 정씨에게 “그 말을 듣고 ‘살시도가 내 말이구나’라고 생각했나”라고 묻자 정씨는 “내 말이라고까지 생각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정씨는 “살시도를 구입했거나 (소유권 문제가) 잘 해결돼서 우리가 말을 소유하게 된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씨에 따르면 최씨는 독일에서 중개업자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트로부터 세 필의 말을 구입했다. 정씨는 처음 ‘살시도’를 구입했을 때 삼성이 대금을 낸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후 최씨가 “삼성이 너만 지원해준다고 소문이 나면 시끄러워지니까 살시도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말해 삼성이 살시도를 사 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당시 최씨가 “삼성이 시키는 대로 해야하니까 토 달지 말고 이름을 바꾸자”고 말했고, 정씨는 살시도의 이름을 ‘살바토르’로 바꿨다. 특검과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최씨가 말을 다른 말로 바꾸는 과정을 삼성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정씨는 “(승마코치) 캄플라데로부터 ‘최씨와 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 황성수 전 전무가 코펜하겐에서 만나 말을 바꾸는 문제를 얘기했다’고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리 어머니가 임의로 처리한다 해도 안드레아스가 (삼성에) 분명히 얘기했을 것”이라 말했다.

이에 특검은 “캄플라데는 말 교환 계약을 몰랐다는 삼성의 주장이 거짓말이라 생각한 것”이라 지적했다. 이 부회장 측은 “미팅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말이 오갔는지 정씨는 들은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정씨는 삼성이 제공한 말 ‘비타나V’ 등 세 필을 ‘블라디미르’ 등 다른 말로 이름을 바꿔 ‘말 세탁’ 과정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전날 증인 불출석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입장을 바꿔 출석했다. 그는 “여러 사람이 만류했고 나오기 싫었던 게 사실이지만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