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외적인 부분이 계속 이슈가 되다 보니 정작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는 없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최근 몇 개월 동안 ‘옥자 논란’에 시달린 봉 감독이지만 논란이 만들어낸 나름의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설명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어 “솔직히 칸 영화제가 이슈를 키운 측면이 크다”며 “기본적으로 영화제는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그 역할을 했었고, 이번에는 스트리밍이 그 역할을 대신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옥자’를 통해서 제기하고 싶었던 문제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었다고 했다. “촬영 전 콜로라도 도살장에 가서 동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보고 놀랐어요. 돼지는 정말 한 부위도 빠짐없이 모두 식재료로 써요. 피까지 싹 다 긁어 모아서 동물 사료로 쓴대요. 이런 과정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싶었고, 지금의 공장식 생산 시스템은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줘서 독소를 누적시키기도 하는 점 등을 알리고 싶었죠.” 먹는 것은 너무 중요하고 일상적인데 의외로 우리는 우리가 매일 먹는 것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 잘 모르며 그 이면에는 상당히 어두운 면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육식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집에서 반려견을 옆에 두고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하잖아요. 영화 속 미자도 옥자를 너무 사랑하지만 삼계탕을 먹잖아요. 우리는 종종 반려동물과 식용 가축을 분리하는데 ‘옥자’는 이 둘을 불편하게 합쳐 놓은 거죠.”
돼지와 하마를 섞었다는 새로운 생명체인 옥자의 외모뿐만 아니라 컴퓨터그래픽(CG)에 대한 궁금증도 상당했다. 특히 ‘라이프 오브 파이’로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에릭 얀 드 보어 감독이 옥자의 시각효과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라이프 오브 파이’의 호랑이를 작업한 보어 감독을 만났는데 30초 만에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 24시간 동물만 생각하는 ‘미친’ 사람이었어요. 말하는 방식이나 ‘옥자’에 대한 이해 속도, 접근 방식, 콘셉트 이해가 뛰어난 사람이었죠. 옥자의 털 하나하나를 정말 섬세하게 만들어내서 감탄했어요. 이뿐만 아니라 도살장 고깃덩이, 도살장 건물, 뉴욕 퍼레이드의 큰 풍선 등 그것도 다 CG인데 그건 다 한국 CG 회사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에서 했고 두 회사가 같이 힘을 합쳐 해야 하는 것도 있었어요.”
‘옥자’로 대변되는 반려동물을 포함한 모든 동물, 그리고 생명에 대해 건네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하지만 봉 감독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장면들은 뭉클한 감동이 있다. 특히 헤어졌던 옥자와 미자의 해후 때 미자가 옥자에게 주려고 미국까지 싸온 홍시를 꺼내는 장면이 그렇다. “자식한테 큰 사고가 나면 내가 왜 그때는 그 좋아하는 걸 못 먹게 했나 하면서 부모님들은 후회하잖아요. 이 같은 마음으로 미자도 홍시를 준비한 거죠. 농축산물은 해외 반입이 안 되는데 그걸 어떻게 어떻게 해서 갖고 가고 그런 거죠.”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NEW(160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