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의 4차 산업혁명] 개인정보 처리에 미래 달렸다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
<39>보호와 활용 방향
과도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韓빅데이터 트래픽 1%대 그쳐
개인에 정보 활용 권한 맡기고
조작해 빼낼땐 징벌적 제재를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이 4차 산업혁명의 최대 화두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들은 개인정보 정책 혁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클라우드의 빅데이터가 인공지능의 식량이 돼 세상을 최적화하는 혁명이다. 빅데이터가 없으면 인공지능은 굶고 4차 산업혁명은 물 건너간다. 빅데이터의 대부분은 개인정보다. 개인정보는 보호돼야 하나 지나친 보호는 4차 산업혁명의 장벽이 된다. 결국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의 균형이 4차 산업혁명 정책의 최전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과거 정권에서 국가정보원 등 정부기관에서 개인정보의 무제한 남용으로 시민들의 인권을 유린한 바 있다. 그 반대급부로 인권단체들은 개인정보의 과도한 보호를 요구하게 됐다. 그 결과 현재 대한민국은 인터넷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클라우드의 빅데이터 트래픽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6%를 현저히 하회하는 1%대에 머물게 됐다. 그 여파로 숱한 스타트업벤처들이 규제를 피해 해외로 이전했다.

개인정보의 개방은 인권 문제를 야기하고 보호는 4차 산업혁명을 저해한다. 개인정보 정책은 절대 개방과 절대 보호라는 극단의 문제가 아니라 비용과 편익의 문제다. 도입 초기에 반대가 심했던 폐쇄회로(CCTV)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얼굴은 가장 민감한 시민들의 개인정보인데 도시 안전의 편익이 개인침해 비용보다 크다는 사회적 동의가 이뤄진 결과 CCTV는 증가하고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개인정보 활용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개인정보 활용의 과거 기준이 재정립돼야 하는 이유다.


개인정보는 크게 비식별화 개인정보와 식별화 개인정보로 대별된다. 나의 자동차 운행기록들은 개인정보다. 그러나 나에 대한 정보가 지워진 상태의 비식별화 개인정보로서 운행기록들이 모이면 도시교통의 빅데이터가 돼 교통문제 해소의 재료가 된다. 이제 비식별과 식별 개인정보에 대해 단순하고 유연한 대안을 강구해보기로 하자.

비식별화 개인정보가 도시와 국가 전체의 발전에 미치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비식별 건강기록들은 보험회사의 질병보험 등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을 촉진해 초고령화 사회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비식별화의 기준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몇 개의 비식별 개인정보를 재조합해 개인정보를 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영원한 비식별화는 어쩌면 불가능한 주문일 수 있다. 그래서 보수적인 일본조차 단순 대조로서 개인을 알아낼 수 없다면 비식별화를 만족하는 것으로 재정의한 바 있다.

이제 비식별화 기준을 단순 대조로 개인을 식별화할 수 없는 개념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재조합으로 개인을 재식별화하는 행위는 해당 개인정보의 수집과 동일한 개념으로 접근해 징벌적 제재를 가하자는 것이다. 복잡한 비식별화 사전규제에서 단순한 재식별화의 사후 징벌로 전환하라는 옵트아웃(opt out) 개념이다. 이 두 가지 단순한 개념으로 기존의 여러 법률에 걸친 복잡한 사전규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식별화 개인정보는 개인의 포괄적 권한을 인정하는 단순한 제도로 전환을 제시한다. 카드사 혹은 포털 등 특정 기업에 있는 개인정보의 소유권과 이전권을 개인에게 돌려주자. 수집 방식에 대한 규제도 개인의 선택에 맡기자.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각종 규제 결과는 대기업의 정보독점으로 인한 산업경쟁력 비대칭으로 귀결되지 않았는가. 개인정보 활용으로 개인의 맞춤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인권단체가 우려하는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제시하자. 예컨대 국정원의 개인정보 오남용은 일벌백계로 제도화하자. 국정원 국내 파트를 없애는 목적이기도 하다.

비식별화 기준의 단순화, 재식별화의 징벌과 공권력 남용 배제라는 개인정보 보호정책에 대한 세 가지 화두를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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