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희철 SK인포섹 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시장으로 나가지 않으면 성장을 이뤄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해외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시장 상황과 우리의 역량을 깊이 고민한 결과”라며 해외 진출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글로벌 보안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국내 기업들이 설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하며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 시장으로 글로벌 보안 업체들이 몰려오고 있지만 한국 기업은 정작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방산기업으로 불리는 보안 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규모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나 해킹으로 인한 피해 빈도가 높아지면서 정보보안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12일 제6회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에서 “새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정보보호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첨단화·국제화되는 사이버 범죄에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사이버 보안은 국민과 국가를 지키는 첨병이자 4차 산업혁명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분야”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보안 업체의 경쟁력과 시장 규모는 일반인들의 정보보안 의식 부재와 기업들의 투자 외면으로 답보상태에 있다. 국내 보안 시장 규모는 오는 2019년 3조3,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미국이 48조원, 전 세계 시장이 118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미미하다. 게다가 글로벌 보안 시장에는 시만텍과 맥아피 등 강자들이 즐비하다. 각국은 자국 보안 기업을 우선 선택한다.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은 녹록지 않다.
이러는 사이 국내 보안 시장은 외국 대형사의 놀이터가 됐다. 한국은 최신 기술을 점검할 좋은 테스트베드이기 때문이다. 미국 업체 래피드7은 최근 서울 삼성동에 한국지사를 열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래피드7은 전 세계 78개국 3,000개의 대기업, 정부, 중소기업이 고객이다. 러시아 보안 업체 카스퍼스키랩도 올해 초 국내 법인을 세웠다. 미국 업체 웹센서나 닉선도 지난해 한국지사를 열고 영업 중이다.
정부도 보안 기업 육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난달 제1차 정보보호산업 진흥계획(K-ICT 시큐리티 2020)을 발표했다. 글로벌 창업 프로그램과 연계해 2020년까지 스타트업 100개를 육성하고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지능형·융합형 핵심 보안기술 개발 등 10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의치 않다. 실제로 미래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판교에 20개의 정보보안 스타트업을 입주시켜 ‘정보보호 클러스터’를 구축하려 했지만 1차 모집에 신청한 기업은 19곳으로 목표에 미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보보안의 중요성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 없는 한 국내 기업들이 자력으로 보안 경쟁력을 갖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