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문지 시인선은 211명의 시인이 발표한 492권의 시집에 시조시인 4명의 시선집, 평론가 10명이 엮은 기념 시집 6권 등 총 500호가 발간됐다. 두터운 독자층을 자랑하는 시인들이 등장하면서 출간 주기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시인선이 시작된지 12년 만에 100호가 출간된 이후 최근에는 약 6~8년 주기로 100권씩 시집이 누적되고 있다.
특히 문지 시인선은 최근까지 발간한 499권 중 약 88%(499권 중 439권)가 중쇄를 찍었을 정도로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기형도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은 최근 82쇄를 돌파하며 출간권수도 29만부를 넘어섰고 황지우의 ‘새들도 세상을 뜨는 구나’(63쇄), ‘이성복의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52쇄), 최승자의 ’이 시대의 사랑‘(46쇄) 등도 문지 시인선을 넘어 국내 문학계를 대표하는 시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다.
500호 돌파를 목전에 두고 부침도 있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에 참여한 일부 시인들의 문단 내 성폭력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소위 ‘문단권력’으로 떠오른 문학과지성에 재발방지 대책과 작가 서약 등의 조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일부 시인들이 죄질이 악한 시인들의 책을 절판하고 시인선 리스트에서 삭제하라는 요구가 나왔으나 문지는 해당 시인들과 협의 하에 판매 중단을 결정하고 리스트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와 관련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출간의 권한을 개인이나 일부 세대가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라 출판편집위원회를 통해 엄격하게 심사해 일정 수준의 문학적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문학의 자율성 못지않게 문학적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두 가지 기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지는 통권 500호 돌파를 기념해 1호 시집을 낸 황지우 시인의 ‘게 눈 속의 연꽃’ 중 한 구절을 인용한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를 500호 시집으로 엮어냈다. 문학평론가 오생근, 조연정이 편집위원을 맡아 출간 10년이 지난 시집 중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65명의 시인을 추리고 이들의 대표시 2편씩을 선정해 소개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