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을 좋아한 소년은 꿈에 그리던 뮤지컬 배우가 됐다. 본인과 싱크로율이 높다고 밝힌 ‘지크수’의 헤롯 왕, ‘프리실라’의 아담 이후 그가 선택한 세 번째 작품은 ‘체스’의 아나톨리다. 비운의 러시아 챔피온에 도전장을 내밀어 진지하고 무게김 있는 캐릭터를 소화해 ‘조권의 또 다른 발견’이란 평을 이끌어냈다. 창작뮤지컬이 어떤 시스템으로 만들어지는지 궁금해서 선택한 ‘별이 빛나는 밤에’ 이후 조권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B급 좀비 뮤지컬 ‘이블데드’다.
배우 겸 가수 조권 /사진=조은정 기자
2003년 토론토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B급 저예산 공포영화 시리즈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의 영화 ‘이블데드’ 시리즈 중 1,2편을 뮤지컬 무대로 옮긴 것이다. B급 코미디 좀비 호러 뮤지컬이라는 독특하고 신선한 장르로 관객들 앞에 선 ‘이블데드’는, ‘스플레터존’이라는 객석도 마련하여 우비를 받아든 관객들이 피를 뒤집어쓰게 하는 등의 과감한 시도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극 중 대사처럼 ‘조낸 황당’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뮤지컬 ‘이블데드’는 2AM 조권이,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 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마타하리’는 2AM 임슬옹이 새롭게 도전한 작품. 비슷한 시기에 무대에 올라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됐지만 뮤지컬 선배 조권은 후배(?) 임슬옹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제가 슬옹 형보다 뮤지컬은 한참 선배죠. 호호. 사실 전 슬옹 형이 ‘마타하리’를 한다고 했을 때 ‘왜 뮤지컬을 하려고 해?’란 기본적인 질문부터 했어요. 형이 연기에 대한 욕심이 컸거든요. 그 전에 드라마랑 영화를 찍으면서 본인이 연기에 대한 폭을 넓혀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다 보니까 뮤지컬 도전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도 좋은 배우분들과 연기를 하면서 얻고 배우는 게 많다고 말 했죠.“
조권이 강조했던 말은 “첫 뮤지컬 도전에서, 욕심 부리기 보단 노래 혹은 연기 중 하나라도 잘 해라”였다.
“한마디로 전 ‘마음 단단히 잡아라’라는 말을 했어요. 특히 기자님들 못지 않게 뮤덕들(뮤지컬 덕후들) 무섭잖아요. 리뷰를 보면 발음, 가창은 물론 배우들 숨소리까지 글로 다 쓰시던걸요. 옥주현. 차지연 누나도 계시니 많이 배울거다. 혹평을 얻든, 호평을 얻든 많이 성장하는 시간 일거다란 말을 했어요.
‘노래 혹은 연기 중 하나라도 잘 해야 한다’는 말도 강조했어요. 제가 ‘체스’를 (‘마타하리’가 현재 공연되고 있는)세종문화회관에서 했잖아요. 그래서 더 극장 상황을 잘 알아요. 목 안 상하게 목 관리 잘 해야 해요. 극장에서 넘버 소화가 됐든 대사가 또박 또박 잘 들릴 수 있게 신경도 써야해요. 형이 첫 무대를 앞두고 걱정을 많이 하면서 전화도 자주 했어요. 그래서 나한테 많이 물어보지 말고 오랜 뮤지컬 선배인 주현 누나에게 물어보란 말까지 했다니까요.“
사실 조권 역시 옥주현씨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조권씨가 출연하는 뮤지컬을 보러와서 격려를 해줬음은 물론 배우들에게 필요한 목 관리 팁도 하나 하나 친절하게 알려줬다고 했다.
배우 겸 가수 조권 /사진=조은정 기자
“주현 누나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프리실라’ 때 목소리도 거의 안 나올 정도로 너무 아팠던 적이 있어요. 그 때 주현 누나에게 전화드렸더니 병원 소개해주시면서 말 하지 말고 이대로만 하라고 했어요. 무슨 차를 마시고, 대기실 가습기는 몇 도로 틀어놓아라 등 세세한 것까지 다 알려주셨죠. 정말 고마운 누나에요.”조권이 자신있게 임슬옹씨에게 조언을 할 수 있었던 건, 본인 역시 ‘아이돌의 뮤지컬 출연’에 대한 편견을 온 몸으로 겪었던 경험이 있기에 가능하다. 2013년 당시 수 많은 아이돌들이 뮤지컬 무대에 뛰어들었다. 준비 없이 뛰어든 아이돌은 그 세계에서 새내기 뮤지컬 배우 로 실력을 인정받기는커녕 혹평의 주인공이 되어야 했다.
뮤지컬 ‘지크수’ 캐스팅이 발표나자, “조권이 헤롯을 한다고?” 란 반신반의의 반응이 이어졌다. 그럴수록 조권은 더욱 연습에 매진했다고 한다. 뮤지컬에 대한 시스템을 완벽히 파악하고, 무대에서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커져갔다.
당시 이지나 연출은 매 회차 다른 헤롯의 모습을 요구했다고 한다. 대장부 헤롯부터 정말 여장부 같은 헤롯, 또 어느 날은 여자와 남자를 왔다 갔다 하는 헤롯, 약에 취한 것 같은 헤롯, 술에 완전히 절어서 ‘꽐라’ 된 헤롯 등 조권은 매 순간 새로운 헤롯을 창조해냈다.
열심히 준비해야 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합을 맞춰나간 조권의 노력은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개인적으로 연습 때 빠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요. 함께하는 배우나 스태프들과도 잘 지내고 싶어요. 아직 5년 밖에 안 됐지만 정말 열심히 하면서 뮤지컬에 대한 열정을 늘 쏟아부었던 것 같아요. 아직 슬옹 형의 ‘마타하리’를 보진 못했어요. 형도 ‘이블데드’를 아직 보러오진 못했어요. 공연 기간이 기니까 서로 천천히 가겠다고 말했어요. 저도 잘 할 것이고 형도 잘 할 거라 믿어요. 서로의 공연을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어요.”
→[SE★인터뷰③]에서 계속...조권, “연기파 배우란 꿈...전 빙의를 잘 하는 것 같아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