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랑스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프랑스 파리 남부의 오를리 국제공항에 도착해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둘러싸고 결국 미국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의 e메일 공개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정치권에서 탄핵 움직임까지 일기 시작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적잖은 정치적 타격에 직면하게 됐다.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 혐의로 탄핵안을 공식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탄핵안 발의는 민주당 당론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탄핵안이 당장 힘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상하원 과반을 공화당이 모두 장악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의회 지형의 일대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탄핵안 가결은 쉽지 않다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안은 하원에서 정족수의 과반을 얻더라도 상원에서 전체 100명 의원 중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해 문턱이 높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해 대선에서 러시아 측 정보를 활용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타격을 주려고 시도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러시아 커넥션’ 의혹이 확산되는 형국이어서 탄핵안은 의회 조사 및 특검 수사와 맞물려 트럼프 정부를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별도로 만나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비판하며 ‘러시아 커넥션’ 의혹을 털어내려 한 백악관의 계획은 상당 부분 동력을 잃게 됐다.
여기에 러시아 커넥션 관련 극비정보가 잇따라 언론에 유출되면서 트럼프 진영의 내분도 부각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과 딸 이방카,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합세해 백악관 내부 정보가 계속 유출되는 데 대해 비서실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의 경질설을 제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폭탄’으로 정치권이 어수선한 와중에 14일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 행사 참석차 이날 오후 파리행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공화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CNN에 “백악관이 마비 상태인데 한주가 또 허비되게 생겼다”고 허탈해했다. 당초 프랑스 방문은 예정에 없었지만 화려한 제식 행진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샹젤리제와 개선문에서 군대가 행진하고 전투기가 상공을 가르는 이벤트에 매료돼 방문을 전격 결정했다고 WP는 전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