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FTA 개정협상 시작되는데 컨트롤타워도 없다니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시작하자고 공식 요구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1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 요구를 한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재협상을 언급한 후 12일 만에 후속 협상의 막이 오른 것이다. 미국은 일단 다음달 워싱턴DC에서 특별공동위원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후 미국 행정부가 의회 통보 등의 절차에 속도를 낸다면 이르면 11월 중 양국 간 협상이 시작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일단 협정 개정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협의를 하자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일찌감치 재협상을 위한 사전절차라는 점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미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고 단단히 벼르는 모습이다. 우리가 협상 전략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우리 정부 내에 통상 컨트롤타워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기다리고 있어 업무를 챙길 처지가 아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가 제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FTA 협상을 지휘해야 할 통상교섭본부장도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챙길 별도의 대책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미 FTA 개정 문제는 우리 산업에 주는 영향을 감안할 때 임시조직으로 대응할 사안이 아니다. 더군다나 국제통상 질서는 우리의 경쟁국인 일본이 유럽연합(EU)과 경제연대협정(EPA) 체결을 눈앞에 두는 등 급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정부 내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져야 한다. 최근 정치권의 협치가 무너지면서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통상 업무는 하루라도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다. 국회는 정부조직법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국제통상 무대에서 우리가 낙오하는 일이 없도록 해줘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