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14개 가상화폐거래소를 회원사로 거느린 일본가상화폐사업자협회(JCBA)가 다음달 1일부터 1주일간 비트코인 거래를 일시 중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스위스 비트코인거래소인 BITy가 이르면 오는 29일부터 거래를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일본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일본 비트코인 거래소인 비트뱅크(도쿄)와 테크뷰로(오사카)도 거래는 계속하지만 입출금은 중단할 방침이다. 일본 최대 거래 업체인 비트플라이어 역시 이번 조치에 맞춰 다음주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비트코인 활성화에 앞장서온 일본이 급격히 몸을 사리는 것은 비트코인 관련 시장주체인 개발자와 채굴자 간 갈등으로 비트코인 시장이 둘로 쪼개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거래오류나 가격폭락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결제정보를 여러 대의 컴퓨터에 나눠 기록하는 ‘블록체인’ 방식으로 관리된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블록체인 방식으로는 대규모 거래를 처리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개선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비트코인을 둘러싼 시장주체들 간 이견이 첨예하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개발자는 거래수수료를 낮추고 결제속도를 두 배로 높이기 위해 기존 블록체인 대신 거래기록을 결제와 서명 부문으로 나눠 1MB로 제한했던 거래 가능 용량을 2MB로 늘리는 소프트웨어 세그윗(SegWit2X)’을 도입하려 한다. 하지만 거래기록 보관을 맡아온 중국 중개인(채굴자)들은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방식으로 바뀌면 이미 수백만달러를 들여 ‘블록서버’를 구축한 채굴자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수수료 수입도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이 다음달 1일부터 세그윗을 채택하기로 한 가운데 중국 채굴자들의 반발이 이어질 경우 비트코인이 구화폐와 신화폐 둘로 쪼개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거래이력이 사라지고 기존 체인(연결고리)이 끊겨 비트코인 가치는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 거래소 등은 이미 다음달부터 세그윗을 따르지 않을 경우 거래를 거부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월가 은행부터 중국 할머니들까지 올해 150%나 급등한 가상화폐 가치의 급락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거래기록 소프트웨어의 패권을 쥐기 위핸 파벌 싸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내전 조짐에 시장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12일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한달 만의 최저치인 2,272.32달러까지 추락했다. 사상 최고치(3,025.47달러)까지 치솟았던 지난달 11일 이후 한달 만에 시총 122억달러가 증발한 것이다. 블랙록의 리처드 터틸 연구원은 “가상화폐 가격 차트가 매우 두려운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