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권탄압에 스러진 '톈안먼의 군자'

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 사망
中 정부 해외치료 불허
간암 말기 투병 끝 숨져
국제사회 비난 거셀 듯

류샤오보 부부의 2002년 모습 /AFP연합뉴스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돼 교도소 밖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국의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가 6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 사법국은 13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성명을 내고 류샤오보가 이날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선양의 중국의대 부속 제1병원은 이날 “류샤오보의 병세가 악화돼 호흡 곤란이 시작됐지만 가족들이 인공호흡기 삽관을 거부하면서 사망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류샤오보는 ‘08헌장’ 서명 운동을 주도하다가 이듬해 ‘국가전복’ 혐의로 징역 11년을 선고받았다. 랴오닝성 진저우 교도소에 수감 중 지난 5월 말 정기 건강검진에서 간암 판정을 받고 가석방돼 병원에서 한 달 넘게 치료를 받았다. 최근 신장과 간 기능이 급격히 저하돼 패혈성 쇼크와 복부 감염, 다발성 장기 부전 등이 겹쳐 위독한 상황에 처했다.

1955년 12월 지린성 창춘에서 태어난 류샤오보는 지린대와 베이징사범대를 졸업한 뒤 변호사가 됐다. 미국 등 해외에서 활동하던 중 1989년 6월4일 민주화 운동인 톈안먼 사태가 일어나자 귀국했다. 허우더젠과 가오신·저우둬 등과 ‘톈안먼 4인방’으로 불린 그는 2008년 일당 독재 종식 등을 촉구하는 08헌장을 발표했으며 수감 중이던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류샤오보는 3일 배에 찬 복수를 뺀 뒤 병세가 호전되는 듯했으나 이틀 뒤인 5일 갑자기 다시 악화됐다. 임종 전 수일간 복수가 증가하고 간 기능이 떨어졌고 간 기능 저하로 인해 양약이나 한약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샤오보가 간암을 얻게 된 원인 규명이 되지는 않았으나 긴 옥살이로 인한 심신의 탈진이 주요 원인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징역살이 중에 치료를 위해 가석방됐던 반체제 인사 가오위는 “류샤오보가 감옥에 가기 전만 해도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는데 7년 후에 그가 불치병과 싸울지 누가 상상이냐 했겠느냐”고 비판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중국 당국이 치료가 어려운 간암 말기에 이르기까지 류샤오보의 병세를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미 공개된 CCTV 영상을 보면 류샤오보 자신이 B형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20여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의료진과의 문답 장면이 포함돼 있다. 중국 당국이 이런 사실에 주목했다면 류샤오보의 B형 간염 보균이 간암으로 진전됐겠느냐고 국제 인권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는 류샤오보의 가석방 소식이 나오자 성명을 통해 “류샤오보에게 적절한 치료를 즉시 제공해야 하며 즉각적이고 무조건 풀어줘야 한다”며 주장했다. 서방 각국도 외교 경로를 통해 류샤오보 부부의 출국을 요청했으나 중국 정부는 내정간섭 말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중국 당국은 류샤오보가 외국에서 치료를 받게 되면 중국의 열악한 인권상황이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될 것을 우려해 외국에서의 치료를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류샤오보는 사망 전에 “죽어도 서방에서 죽겠다”며 강력한 출국희망의사를 밝혔으나, 중국 당국이 거부해 무산됐다. 류샤오보의 사망을 계기로 중국의 인권 상황을 둘러싼 국제사회와 중국의 갈등은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류샤오보의 사망을 계기로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 행위가 서구와 국제인권단체 등의 비판에 직면했다. 중국은 근래 미국 국무부에 의해 최악인신매매국가로 지정되는 수치를 안은 가운데 이번에는 자국의 인권활동가를 장기간 감옥에 가뒀는가 하면 건강검진과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비난을 자초하게 됐다. 류샤오보가 간암 말기라는 소식이 알려진 후 독일 등 유럽 국가와 미국, 그리고 국제기구와 인권단체들의 구원노력이 잇따랐다. 실제 자이드 라이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UNOHCHR)는 7일 중국 정부에 유엔 특사의 류샤오보 면담을 요구했다. 미국 역시 류샤오보 가석방 직후 중국 당국에 류샤오보 부부의 ‘이동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고, 독일 등 유럽 일부 국가는 이들 부부의 수용을 희망한다면 중국 당국과 협의를 벌였으나 결국 거부당했다. 프랑스도 류샤오보 부부를 받아들이겠다고 중국 측에 제안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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