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유품 박주환 대표
핵가족화, 가족해체, 1인 가족, 독거노인 고독사 등이 어느새 일반적인 사회문제가 됐다. 지난 2013년 부산 한 단독주택에서 발견된 67세 노인의 백골시신은 고독사의 처참한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죽음 앞에서 한 형사는 “가족 찾는 것 보다 유족 찾는 게 더 힘들다”는 탄식을 내뱉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유족을 찾는 이유는 경찰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유품 정리 때문이다. 가까스로 유족을 찾아내도 유품 정리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다.
그래서 최근 고인의 유품을 대신 정리해 주는 ‘유품정리업’이 유망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시장에 초기에 뛰어들어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하늘유품 박주환 대표를 만나 유품정리 사업 전반에 관해 들었다. 박 대표는 서울 노원구에서 유품정리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유품정리 업계 현황에 대해 “수도권만 약 20여곳, 미등록 업체까지 하면 50여곳 된다”며 “일본 유품정리사처럼 우리나라도 전문적 업체가 늘어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 일문일답.
Q. 유품 정리 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면?
가족분이 먼저 귀중품, 소중한 물건을 구별 후에 유품정리 업체에서 집안 정해진 구역 또는 집 전체(가구, 가전, 음식물 등)를 정리해 빈집 상태로 만든다. 정리하는 과정에서 가족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진, 서류, 귀중품을 별도 구분해 재선별 과정을 거친 후 처리하며 렌탈(정수기, 공기청정기, 셋톱박스 등) 제품을 정리해 준다.
Q.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하늘유품 전 직원은 상장례를 도와주는 장례지도사다. 장례를 진행하다 보면 남의 일이라고 외면하기에는 너무도 안타깝고 가슴 절절한 일들이 너무도 많다. 장례를 치러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3일간의 장례를 마쳐야 한다. 이후 집에 와서는 장례기간의 힘든 마음과 몸을 추스를 여력조차 없을 때 정답게 함께 지내던 가족의 유품을 보면 또 한 번의 슬픔으로 마음이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유품에는 하나하나마다 고인과 가족의 추억이 배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전문 지식과 장비를 갖춘 유품정리 전문가를 필요하겠다 싶어 시작하게 됐다.
Q. 유품정리 업체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유품정리 업체가 하는 일은 유품정리와 특수청소로 크게 나뉜다. 유품정리는 고인이 집에 거주 하다가 병원 또는 집 외에서 사망하신 경우다. 특수청소는 집안에서 고독사 또는 사건, 사고에 의해 돌아가신 경우를 말한다. 유품정리는 인건비와 유족이 처리하지 못하는 폐기물처리 비용에 의해 정해진다. 특수청소는 유품정리 비용에 부유물처리 및 냄새 및 소독처리 비용이 추가 발생된다. 유품정리 비용은 원룸에 경우 40~50만원 정도 가격이다.
Q. 유품 정리 이외에 어떤 일을 대행해 주나?
이것저것 마구 모아 쌓아놓는 수집강박증 집(일명 쓰레기집)도 청소해 준다. 유품정리 일과 많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짐 양이 엄청나기 때문에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특수청소에 속한다.
Q. 귀중품도 취급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청렴성이 요구된다.
처음에는 귀중품이 나오면 욕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이 살다가 죽었을 때를 생각하면 당연히 가족들에게 돌려 드리려는 마음이 들게 된다. 이 부분은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겠지만 하늘유품 전 직원은 체계적 교육을 마친 장례지도사인 만큼 더욱 믿을 수 있으며, 장례를 치룬 가족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이해한다.
유품정리?특수청소 전문업체인 하늘유품 박주환 대표가 현장에서 직접 유품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특수청소 의뢰하시는 대부분이 냄새를 참지 못한 이웃의 신고로 알게 된 집주인이다. 또 혼자 전월세로 살다 사망해 주인이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도 유가족에게 방을 빨리 비워달라며 치워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급하게 아무 유품정리 업체에 의뢰해 비싼 금액으로 서로 간에 갈등을 빚는 사례가 종종 있다. 하늘유품은 이웃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하게 처리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함고 있다. 이 경우 집주인 입장과 유가족 심정을 헤아려 저렴한 비용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Q. 정책적으로 보완될 사항이 있는가?
고독사의 문제가 노인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유품정리를 한다보면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데 특히 50대 이상 중장년 남성들의 고독사도 늘어 가고 있다. 이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사전에 보완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Q. 생전에 유품정리 업체와 계약할 수 있는가?
일본의 경우 집주인을 대상으로 판매되는 보험이 있다. 고독사로 생길 수 있는 집의 훼손 및 주변의 민원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이 상품은 단기보험 상품으로 보험기간은 2년, 월 보험료는 2000원선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 가치가 있는 부분이다.
박 대표는 “하늘유품은 유가족 입장에서 합리적 가격으로 유품정리를 돕고 있다”며 “옛날 상장례가 발생하면 이웃끼리 상부상조했던 정신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끝을 맺었다.
하늘유품은 전문 지식과 장비를 갖춘 전문 유품정리 업체다. 사진은 유품정리 전후를 비교한 모습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