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질주 속에 순항하던 삼성그룹주가 14일 장 막판에 터진 청와대발 악재에 시가총액 20조원이 날아갔다.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의 삼성그룹 승계 지원 검토 문건을 발견했다고 발표하자 삼성그룹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으며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16%(4,000원) 하락한 252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시작과 동시에 상승한 삼성전자는 장 중 한때 255만5,000원까지 오르며 닷새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주요 증권사들도 잇따라 낙관적인 주가 전망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는 이날도 오름세로 장을 마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오후2시를 넘어 보합세로 돌아섰고 오후3시10분께 청와대가 삼성 경영권 승계 검토 관련 문건을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발견했다는 소식에 외국인의 매물이 나오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90억원 순매도했다.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그룹주들도 대부분 하락 마감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주 16개 종목(우선주 제외) 가운데 이날 삼성카드(029780)(0.52%), 제일기획(030000)(1.37%) 등 2개 종목을 제외하고 14개 종목이 하락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함께 그룹지배구조 관련주로 분류되는 삼성물산(028260)(-3.11%), 삼성생명(032830)(-3.11%), 삼성SDS(-2.93%) 등의 낙폭이 컸다. 이날 종가 기준 삼성그룹 16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469조4,749억원으로 전날 대비 20조원이 줄었다. 우선주를 포함한 삼성그룹주 시가총액은 지난 12일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했지만 이틀 만에 500조원 아래로 내려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삼성의 경영 승계지원을 검토하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견되면서 재판이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