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등을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재현 예결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내각 인선을 둘러싼 야권의 반발로 파행을 겪던 국회가 14일 전격 정상화됐다. 문 대통령이 야당이 반대해온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 카드를 포기하면서 야 3당은 국회 의사 일정 복귀를 결정했다. 극심한 여야 대치로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던 국회가 재가동되면서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의 7월 국회 처리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게 됐다. 여야가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18일까지 추경과 정부조직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문 대통령은 19일 여야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정상외교 성과를 설명하며 야당과의 협치를 본격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 강행에 반발해 시작한 국회 보이콧(불참)을 철회하고 의사 일정 복귀를 결정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의 진정성 있는 양보는 없었지만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심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한국당도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 복귀를 공식 결정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국민에게 진정성 어린 사과성 발언을 해주십사하는 요청을 계속하겠다는 전제 하에 국회가 정상화되도록 합의했다”며 “이날부터 예결위와 기타 상임위를 가동할 수 있는 곳은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추경 심사 참여에 부정적이던 보수야당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조대엽 후보자의 낙마로 새 정부의 인사 실패를 입증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 대통령의 대리사과로 전날 국민의당이 국회 복귀를 결정하면서 야 3당 공조가 깨진 만큼 국회 보이콧을 계속 고집하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역대 정부에서 추경안이 처리되지 않은 전례가 없었다는 점은 야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야 3당 모두 국회로 돌아오면서 한 달 넘게 표류 중이던 추경안 처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국회 복귀 결정 직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여야 의원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10일 상정된 추경안을 논의했다. 여야 5당 의원 모두가 예결위 회의에 참석해 심사를 벌인 것은 추경이 국회로 넘어온 지 37일 만에 처음이다. 이낙연 총리는 김해 봉하마을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국회를 찾았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장·차관들도 예결위 회의에 출석해 조속한 추경 처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야당 의원들이 이번 추경이 국가재정법상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이 총리는 “청년 실업사태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정부가 청년실업을 방치하기에는 심각하다고 판단해 국가재정법 89조의 대량실업 우려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예결위는 이날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1·2차 소위와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8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7월 국회 처리에 실패하면 추경 집행의 타이밍을 놓쳐 추경의 편성 효과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필요할 경우 야당이 제안하는 추경 수정안도 정부 안과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18일까지 추경안과 정부조직법을 처리하기로 이날 합의하며 추경 통과 전망을 밝혔다. 다만 공무원 증원 등 추경의 세부 항목을 둘러싸고 야당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만큼 심사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5당 대표와 오찬을 함께하며 정상외교 성과, 안보 현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상·류호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