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압수수색...방산비리 칼 빼든 檢

KAI 'T-50' 가격 부풀리기 등
수백억 부당이득 혐의 집중조사
軍실세 겨냥 수사 확대 가능성
前정권 4대강·자원외교·방산 등
전방위 사정으로 이어질지 촉각

14일 오후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검찰 수사관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이날 오전 원가조작을 통해 개발비를 편취한 혐의(사기)와 관련해 KAI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검찰이 14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방산비리 척결을 위한 사정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당시 군 실세들을 겨냥해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철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를 비롯해 전 정권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이날 KAI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 수색했다. 검찰이 대형 사정수사에 나선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검찰이 검사·수사관 등 수십명을 이들 압수수색 장소에 보내 관련 문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관련자 휴대폰 등을 확보하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는 점은 KAI가 개발비 등 원가 조작을 통해 제품가격을 부풀려 부당이익을 취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해외 수출가격과 우리 군 공급가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검찰은 수리온·T-50·FA-50 등을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가격 부풀리기로 수백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는지에 대해 수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KAI가 외부용역 거래 과정에서 인건비 등을 부풀려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포착된 점이 다음 수사 수순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KAI가 주요 핵심제품의 선정·납품 과정에서 거액의 상품권을 군과 정치권 관계자들에게 제공했고 일부 상품권의 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의혹이나 환전차익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횡령 의혹 등도 검찰이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고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이후 본격 소환 조사를 앞두고 하성용 대표 등 KAI 경영진을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에 대해 출국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KAI를 겨냥한 수사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앞으로 있을 대대적인 사정 작업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현재 제기된 의혹은 물론 이전 정권들에서 행해진 대형 방산 사업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되면서 이른바 당시 정권 실세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AI에 대한 수사가 단순히 한 회사에 국한된 게 아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부터 의혹이 불거진 공군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등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이 지난 2014~2015년 진행된 감사원 감사 결과와 방산비리정부합동수사단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KAI 연구개발 과정의 비위 혐의에 대해 광범위한 내사를 진행했다고 알려지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단순 수사가 아닌 대대적인 군 방산 비리 전방에 대한 사정 작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아울러 전날 취임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일성으로 내건 ‘국방개혁’과도 맞물리면서 우리 군에 대대적인 수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새 정권 출범과 동시에 들어선 서울중앙지검의 ‘윤석열호’가 방산 비리를 겨냥한 수사를 시작으로 사자방 비리 전체에 대한 사정 작업의 물꼬를 틀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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