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가족정치··‘러시아 게이트’ 특검 칼날은

‘이슈의 핵’ 트럼프 주니어
힐러리 헐뜯을 정보 받으려 러 변호사 접촉
지난 3월 英 테러에 런던 시장 비판하다 ‘뭇매’
‘실세정치’ 이방카, G20서 아버지 자리 앉아
백악관 선임고문 사위 쿠슈너, 러시아 대사 접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워싱턴DC=AP연합뉴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외치던 슬로건이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이슬람권 국민의 자국 입국을 막는 반이민 행정명령, 보호무역주의, 법인세율 대폭 인하(35%→15%), 트럼프케어(AHCA), 국경장벽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호불호를 차치하고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추동력 있게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일 한 두 개씩 트럼프 대통령에 불리한 내용을 담은 기사가 터져 나오고 있고 급기야 미국 하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까지 발의됐다.

공화당 내 정치지분이 전혀 없던 부동산 재벌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바로 그의 가족이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그의 자식들은 전방위로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뛰었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데 가장 큰 힘을 보태는 아이러니한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면면을 살펴보며 향후 워싱턴 정가의 향방을 예측해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클리브랜드=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첫째 부인인 체코 모델 출신 이바나 트럼프 사이에서 지난 1977년 태어난 장남이다. 지난 1월 트럼프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서 동생인 에릭 트럼프와 함께 트럼프 기업의 사장이 됐다.

사건의 발단은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온 ‘러시아 커넥션’ 의혹에 중심에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가 아버지인 트럼프 공화당 후보 당선을 도우려 한다”는 이메일을 트럼프 주니어가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트럼프 주니어가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매제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러시아 정부를 위해 일해 온 러시아 출신 여성 변호사를 만나기 전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이 오고 갔다고 NYT는 전했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트럼프 주니어는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 측 변호사인 나탈리야 베셀니츠카야와 만난 경위가 담긴 e메일 전부를 공개하면서 “완벽하게 투명하기 위해”라고 사건 축소에 나섰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메일 제안에 트럼프 주니어가 “그 말이 맞는다면 좋다”고 답한 것이 드러나면서 정치권의 반발을 점점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의 기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주니어는 지난 3월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영국 런던 테러와 관련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사디크 칸 런던시장을 비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 3월 2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폭발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9월 칸 런던 시장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며 “나한테 농담하는 거냐”고 적었다. 당시 “테러 공격은 대도시 생활의 한 부분”이라는 칸 시장의 주장을 지적하면서 칸 시장의 안이한 태도가 런던 테러를 불러왔다고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칸 시장은 런던 최초 이슬람교도 시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반대하기도 한 대표적인 반 트럼프 인사다. 그러나 그의 주장과는 달리 칸 시장은 실제 인터뷰에서 “테러 대비가 대도시의 일상이 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트럼프 주니어는 도마에 오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오른쪽)과 그의 남편 제러드 쿠슈너/바르샤바=AFP연합뉴스


이방카 트럼프/워싱턴DC=AFP연합뉴스


‘퍼스트 도터’ 이방카 트럼프는 트럼프 대통령 가족정치의 핵심에 있는 인물이다. 이방카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바나 트럼프 사이에 장녀로 지난 1981년 태어났으며 트럼프 기업 개발·인수 부문 부사장(EVP)을 맡고 있다. 본인의 이름을 딴 ‘이방카 트럼프 파인 쥬얼리’의 대표이며 특히 ‘이방카 트럼프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은 향수, 핸드백, 아웃도어 상품 등을 전방위로 다룬다.

문제는 민간인인 이방카과 그의 남편 제러드 쿠슈너가 미 백악관에서 고문이라는 공식 직함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의 모든 정보가 쏠리는 백악관에서 민간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대통령 가족이 고문이란 직책을 맡고 공식업무를 수행한다는 점 때문에 현지 언론에서는 ‘이해관계 상충’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폭스채널의 ‘폭스 앤 프렌즈’에 출연해 대놓고 “이방카 브랜드의 옷을 사라”며 홍보를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추어 외교’로 자주 도마에 오르는 이유는 가족정치를 노골적으로 용인하기 때문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는 해외 순방 시 이방카-쿠슈너 부부를 종종 대동하며 지난 5월 첫 순방 때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바티칸을 함께 방문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이방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자 시 주석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이에 마련된 아버지 자리에 앉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권력이 혈통에서 나오냐”는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백악관 공보국장을 지낸 댄 파이퍼 CNN 정치평론가는 “정부의 권위는 혈통이 아니라 국민에 의해 부여된 것”이라며 지적했고 브라이언 클라스 런던정경대(LSE) 연구원도 “자격 없는 대통령 딸이 G20 회의에서 시 주석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옆에 앉아 미국을 대표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특히 이방카의 남편인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러시아 게이트의 핵심인물에 해당한다. 그는 지난해 말 러시아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최소한 한차례 만난 것이 드러나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고 있다. 현재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러시아 게이트’를 수사 중이며 FBI에 이은 특별검사의 수사 칼날은 백악관과 트럼프 가족 문턱까지 향하고 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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