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도시-무중력지대 대방동] 13개의 컨테이너가 飛上 꿈꾸는 청년들의 공간으로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무중력지대 대방동’ 전경. 13개의 주황색 컨테이너가 쌓인 모습은 꿈을 찾아 비상(飛上)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송은석기자
학점과 스펙, 취업 등에 구속돼 꿈을 잃은 젊은이들이 잠시나마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의 ‘청년공간 무중력지대 대방동’. 지하철 1호선 대방역 3번출구로 나오면 바로 왼쪽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주황색 컨테이너 건물이다.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청년들이 자신들을 구속하는 사회의 중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지난 2015년 초 개관했다. 청년들이 모여 스터디나 면접준비, 세미나를 하기도 하고 창업활동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기자가 방문한 3일 오후에도 1층 다목적홀인 ‘상상지대’의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젊은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안쪽 ‘협력지대’의 세미나실에는 5명의 대학생들이 스터디를 하고 있었고 계단에 마련된 휴식공간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무중력지대 대방동’의 왼쪽 측면 모습. 컨테이너 2개를 비스듬히 눕혔다. 건물 내부에서 계단 역할을 한다. /송은석기자
<청년들의 희망을 담다>

주황색 외벽으로 자유로운 분위기 연출

비스듬히 누인 컨테이너로 飛上 형상화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13개의 40피트 운송용 컨테이너로 구성됐다. 직사각형의 컨테이너를 둘러 쌓아 2개 층으로 만들고 비스듬히 눕힌 2개의 컨테이너로는 계단 공간을 확보했다. 컨테이너 외벽은 주황색으로 칠해 밝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왼쪽 측면에 비스듬하게 누인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역할을 하는 컨테이너는 청년들의 도전과 비상(飛上)을 형상화했다. 겉에 흰색으로 쓰인 ‘SEOUL YOUTH ZONE’이라는 글씨와 어우러져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설계를 담당한 ㈜생각나무파트너스의 강주형 소장은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해상운송용 컨테이너처럼 무중력지대에서 청년들이 무한의 꿈을 꾸고 펼칠 수 있도록 창조적인 열린 공간으로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1층 ‘나눔부엌’의 모습. 청년들은 식재료를 준비해와 이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요리를 하고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한다. /송은석기자
<소통 중시한 공간 설계>

함께 요리하며 우정 쌓는 1층 ‘나눔지대’

기념일 맞은 커플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

규격이 일정한 컨테이너 모듈은 특정 공간을 감싸기도 하고 그 자체로도 공간을 제공한다. 중앙의 ‘상상지대’는 컨테이너로 둘러싸여 만들어진 공간이다. 세미나실과 나눔부엌·화장실·사무공간 등은 컨테이너 자체의 공간을 활용한 것이다. 이런 공간 구성은 ‘외부-내부공간(컨테이너)-내부공간-내부공간(컨테이너)-외부’로 이어지는 관계를 형성한다. 컨테이너를 통해 내부와 외부의 관계가 풍성해지는 것이다. 전면에는 큰 창으로 채광을 극대화해 밝으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1층에는 상상지대(다목적홀), 협력지대(세미나실·회의실·상담실), 나눔지대(나눔부엌·나눔라운지)가 있으며 2층은 5개의 업무공간이 있다. 인상적인 것은 청년들이 식재료를 준비해 와 함께 요리를 해서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는 ‘나눔지대’였다. 건물 한쪽에 나눔부엌을 만들어 조리시설과 식기 등을 갖춰놓은 것이다. 외국인 친구들과 각자 자국의 전통요리를 해 먹으며 친분을 쌓기도 하고 요리 대회에 나가려는 학생들이 와서 연습을 하기도 한다. 기념일을 맞이한 커플이 와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이색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라고 한다.


건물 2층에서 내려다본 내부 모습. 메인홀 ‘상상지대’에 배치된 테이블에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앉아 공부를 하거나 독서를 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외형이 내용 설명하는 건물>

호기심 유발 설계...청년들 가치와 맞닿아

건물모양 그대로 창동으로 이전 준비중

‘무중력공간 대방동’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네트워크 고리의 김정찬 대표는 “이 건물은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한다는 측면에서 청년들이 지닌 가치와 맞닿아 있다”면서 “외형이 내용을 설명해주는 신선하고 새로운 건축물”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을 높이 평가받아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2016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 부문 우수상을, 2016년 제33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신축건축물 우수상을 수상했다. 미군기지(캠프 그레이) 이전부지에 위치한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조만간 이사를 앞두고 있다. 서울시가 이 부지에 여성가족복합공간을 조성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대신 서울시는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이 건물을 그대로 도봉구 창동으로 옮겨 ‘무중력지대 창동’으로 재탄생시키기로 했다. 컨테이너 모듈을 일일이 분해해 운송한 뒤 똑같이 재조립하는 것이다. 기존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원래 있던 곳 근처의 건물로 이사한다. 김 대표는 “멋진 건물을 떠나보내게 돼 아쉽다”면서도 “기존 건물에서 보완했으면 했던 점들을 개선해 청년들이 더욱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김정찬 ‘네트워크 고리’ 대표 “청년 누구나 이용 가능 ...지친 마음 달래려 예술품도 전시”



‘무중력지대 대방동’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네트워크 고리’의 김정찬 대표./송은석기자
서울시는 사회적 중압감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위로와 활력을 주고 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무중력지대’를 마련했다. 현재 ‘무중력지대 대방동’과 금천구 가산디지털로에 청년 직장인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무중력지대 G밸리’ 두 곳을 운영 중이다. ‘무중력지대 대방동’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네트워크 고리’의 김정찬 대표는 “젊은이들은 일자리나 주거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들이 즐겁고 행복해지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주제를 ‘회복과 활력’으로 정했다는 김 대표는 “청년들이 지친 마음을 달래고 정서적으로 회복하도록 내부에 예술작품을 전시하거나 독서를 통해 치유할 수 있도록 책을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중력지대 대방동의 ‘상상지대’는 청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협력지대’의 세미나실·회의실·상담실은 시간당 3,000~4,000원을 내면 대관이 가능하다. 평일은 오전10시~오후10시, 토요일은 오전10시~오후4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사전에 신청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무중력지대 홈페이지(http://youthzon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중력지대 대방동’의 회원 수는 지난 5월 말 현재 2,550명에 이르며 누적 이용인원만 12만명에 이른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수립한 청년지원정책 추진계획에 따라 오는 2020년까지 무중력지대를 총 10개소로 확대할 예정이다. 청년들의 접근성이 좋고 청년문화가 열려 있는 곳 등을 고려해 청년(단체), 전문가, 자치구 등과 논의 등을 통해 장소를 선정, 조성할 방침이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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