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으로 재 각색 된 ‘나의사랑 나의신부’(원작 이명세 / 각색 김세한 / 연출,작사 정태영 / 작곡 한정림)는 톡톡 튀는 영화의 매력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연극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섬세하고 색다른 매력을 담았다. 1인 3역 이상을 완벽히 소화하며 무대를 꽉 채우는 멀티맨 최소영, 김윤하, 김찬종을 만났다.
배우 김찬종 /사진=조은정 기자
연극 ‘나의사랑 나의신부’를 보고 나오면 잊혀지지 않는 배우가 있다. 바로 요가녀를 생생하게 연기한 배우 김찬종이다.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 모두 자부심을 가지는 장면 역시 요가 장면이다. 여장을 한 채 능청스러운 표정과 절묘한 리듬감으로 웃음의 포인트를 정확하게 읽어내 아무리 돌부처인 사람도 쉽사리 웃음을 참기 힘들다. “관객들이 좋아하시면 배우들도 흥분되잖아요. 연습 땐 할 때마다 힘들었어요. 허리랑 다리 라인 보여줄 수 있는 포즈 연구도 많이 했어요. 지금도 요가 장면에서 발을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는데 디테일이 살아나서 더 좋아해주시더라구요. 그 장면은 특별한 디렉션 보다는 제가 만든 장면이에요.”
뮤지컬 ‘타이거 헌터’로 배우의 길에 들어선 1년차 배우 김찬종은 이번 ’나의사랑 나의신부’가 두 번째 작품이다. 게다가 1인 3역 이상을 해야 하는 멀티 역할을 맡아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한다.
“원작 영화를 많이 참고 했어요. 박중훈 최진실씨가 나오는 영화부터 가장 최근의 조정석 신민아씨 동명 영화 까지 참고했어요. ‘나 혼자 산다’ 속 이시언 배우의 능청스런 연기도 많이 도움이 됐어요. 멀티를 맡았으니까 배역들의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경력이 길진 않지만 이 작품은 김찬종에겐 큰 선물 같은 작품이다. 김찬종의 건강한 에너지와 숨겨진 재능을 유감없이 뽐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연기를 하는 친구가 있으니 잘 지켜봐 달라는 기분이랄까. ‘제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낮은 편이다’고 밝힌 김찬종은 기자의 칭찬에도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밝고 쾌활한 편이긴 한데, 자존감은 높지 않은 편인 것 같아요. 늘 스스로를 채찍질한다고 할까요. 다른 사람이 채찍질했을 땐 저도 모르게 받아들여서 위축되는 게 있어요. 요즘 공연을 보러와주시는 관객들의 한마디 한마디로 제 자존감이 높아지는 게 느껴져요. 모르시는 분들이 ‘너무 잘하셨어요.’란 말을 건네줄 때 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해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열심히 하고 있는 제 진심이 전해졌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배우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준비된 배우, 야망 있는 남자”라고 위트있게 자신을 소개한 김찬종은 명품조연의 꿈을 밝혔다.
배우 김찬종
배우 김찬종
“고등학교 때 한참 인기 있었던 사이월드에 명품 조연이 되자란 말을 늘 써놨어요. 신스틸러에 대한 꿈이 많거든요. 주연을 꿈꾸는 게 제 자신에게 스스로 허락이 안 돼요. 여러 가지 이유로요. 명품 조연이 되고 싶어요.”겸손하게 말했지만, 그는 온 몸을 내던져 연기했다. 그렇기에 늘 어머님이 조언해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자세로 매 무대에 임한다고 했다.
“연기학원에 처음 등록했을 때 엄마가 차를 몰고가면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해란 말을 해주셨어요. 지금도 어머니랑 여동생이 공연 보러오셔서 되게 응원 해주세요. 아버지는 좀 더 날카로운 평들을 해주세요. 모니터링을 많이 해주시는 아빠가 ‘생각을 해봤는데 이 장면에선 이렇게 한번 해봐라’ 이런 식으로 카톡으로 말을 하세요. 좋은 뮤지컬 노래가 있으면 추천도 해주세요.”
스물 네 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능성도 큰 나이이다. 김찬종 배우가 꼭 하고 싶은 뮤지컬은 ‘빨래’와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오천뮤)이다.
“진짜 정말 옛날부터 하고 싶은 작품은 뮤지컬 ‘빨래’의 솔롱고 역할이에요. 주위에서 얼굴 자체가 솔롱고라고 하긴 했는데, 정말 죽기 전에 기회가 와야지 할 수 있겠죠. 최근에 김태형 연출이 올린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을 봤는데 정말 충격적일 정도로 좋았어요. 내용 구성은 어느 정도 틀이 있겠지만 관객들에 던지는 말로 이끌어 가는 작품이거든요. 배우로서 되게 많이 배울 것 같은 작품이 될 것 같아 꼭 한번 해보 싶어요.”
그의 롤모델은 박정표 배우이다. 배우적인 센스가 그를 늘 놀라게 하기 때문이다.
“박정표 선배랑 작품을 같이 하고 싶어요. 빨래랑 ‘오천뮤’ 때도 봤는데, 너무 잘하더라구요. 연기적인 센스가 뭔가 편하면서 무대를 즐기시는 모습처럼 보이잖아요. 대사를 친다는 느낌이 아니라 생활 연기나 그 틀을 벗어나지 않고 하는데, 굉장히 듣는 사람이 편해요. 그게 배우의 센스이겠죠.”
배우 김윤하, 최소영, 김찬종
선배 김윤하가 보는 후배 김찬종은 “센스는 물론 흡수가 빠른 배우다.” 늘 기본 이상을 소화해 ‘할 수 있는 게 많은 배우’ 김찬종은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소스를 선배 김윤하에게 배운다고 화답했다. “윤하 형은 절 가르쳐주세요. 아직 인생의 경험도 많이 없으니까, 부족한 게 많거든요. 형에겐 제가 다른 방면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소스가 굉장히 많아요. 배울 게 많죠. 이런 사람에게 레슨을 많으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 정도에요. 어깨너머로 잘 배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느 옷을 입혀도 그 옷이 맞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라고 전한 김찬종은 “앞으로 진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어떤 역도 가리지 않는 배우, 어떤 역이 와도 잘 맞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며 초롱 초롱한 눈빛을 빛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