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대주주 K뱅크 잇따라 ‘인가 특혜 제기’ 논란 확산

김영주 의원 “금융당국, 법 바꾸면서까지 인가한 정황”
참여연대, “인가당시 인가요건 어겼을 가능성 제기”…“K뱅크는 사실상 KT계열사”
검찰 수사는 물론 금융위·공정위에 조사 필요 주장
금융위 “K뱅크 인가과정,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다”

K뱅크 사옥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가 인가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금융당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K뱅크 은행업 인가 관련 서류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분석한 결과 “금융위원회가 K뱅크 은행업 인가 과정에서 전례없는 특혜를 준 정황이 드러났다”며 “금융위는 K뱅크 은행업 본인가에 걸림돌이 되는 은행법 시행령 일부 조문까지 삭제했다”고 밝혔다. K뱅크의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지분 10% 보유)이 예비인가 당시 재무건전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K뱅크가 예비인가와 본인가를 받았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은행업감독규정을 보면 최대 주주의 재무건전성 기준은 해당 업종의 평균 이상이어야 하지만, 우리은행의 2015년 2분기 자기자본비율은 14%로, 국내 은행 평균인 14.08%보다 낮았다. 재무건전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당시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에 예비인가 관련 서류 제출 시 2015년 6월말 공시된 BIS 비율을 적지 않고 은행이 자체적으로 산출한 BIS 비율을 적어서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BIS 비율은 국내은행의 평균을 넘겼다. 금융감독원은 서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소명하라고 우리은행에 재차 요구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재무건전성 기준의 적용 기간을 ‘분기말’이 아닌 ‘최근 3년 간’으로 볼 수 있다며 유권 해석을 금융위에 요청했다. 최근 3년간 평균치로 하면 우리은행의 BIS 비율이 14.98%로 국내은행 평균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우리 은행의 주장을 받아들여 우리은행이 재무건전성 기준을 충족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논란은 K뱅크의 또다른 주주인 한화생명은 당시에 최근 분기말(2015년 6월말) 기준으로 지급여력비율을 적은 서류를 제출해 심사를 받았다. 우리은행과 한화생명에 다른 심사기준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이후 금융위가 은행법을 개정해 관련 조항을 삭제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총선 다음날인 지난해 4월14일 은행법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하고, 시행령 별표2에서 ‘해당 기관이 속하는 업종의 재무건전성에 관한 기준의 평균치 이상’이라는 요건을 없앴다. 이 같은 정황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에 적극 협조한 K뱅크가 은행업 인가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당시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던 차은택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동수씨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공식발표 4개월 전인 2015년 2월에 KT에 입사했다. 이씨는 조직 정기인사 전인 2015년 11월 승진하기도 했다. 또 K뱅크 예비인가부터 시행령 개정 전반을 담당한 당시 금융위 담당 과장은 시행령 개정 직후인 2016년 7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경제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임명됐다.

김 의원은 금융위원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물론 검찰이 국정농단 세력이 KT가 대주주인 K뱅크 인가 과정에 관여한 의혹이 있는지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지난 13일 K뱅크가 은행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각각 조사 요청서를 보냈다. 지난 4월3일 문을 연 K뱅크는 20여 주주의 과점체제로 산업자본인 KT가 최대주주가 되진 못했으나 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K뱅크가 인가 당시 은행법이 요구하는 ‘자본확충 능력의 현실성과 충분성’을 충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금융위가 은행법 위반 여부에 대한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뱅크는 출범 100일도 되기 전에 연간 여신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는 등 여신 규모를 늘리려면 조만간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케이티 등은 출자를 늘릴 수 있도록 은산분리 규정을 완화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참여연대는 또 “KT는 다른 주주와 합의를 했지만 오래도록 자사 임원이었던 심성훈씨를 K뱅크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사실상 회사를 지배하고 있어, K뱅크는 케이티 계열사로 보아야 한다”며 “공정위가 지난 5월에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명단에서 케이티는 K뱅크를 계열사로 포함하지 않아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공정위가 당장 직권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케이뱅크의 인가과정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 과정에서 자의적 법령해석은 결코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금융위는 “법령해석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다양한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안별로 요건 충족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바탕으로 과거 3년 평균 BIS 비율을 넘어서는 경우에도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유권해석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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