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신재생에 관한 4가지 오해는

① 폐로비용 포함하면 원전이 더 비싸다?
사후처리비 매년 적립...원가, 태양광의 3분의1
② 세금 개편하면 LNG로 원전 대체 가능?
전력생산 단위별로 따지면 원전-LNG 세금수준 엇비슷
③ 기술발전하면 신재생이 가장 싸다?
패널값 떨어져도 땅값 그대로...'그리드 패리티' 어려워
④ 값 싼 산업용 전기는 기업 특혜?
기업에 비싸게 팔아 가정용 적자 보전...美·日·獨보다 비싸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일시중단 결정으로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도 속도를 내고 있다. 3개월짜리 공론화위원회 구성도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갑론을박보다는 이념과 ‘공포 마케팅’에 근거한 찬반만 가득한 상황이다. 공론화위 출범에 앞서 서울경제신문이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오해와 환상을 짚어본다.

①원전 발전단가 착시? 태양광 대비 3분의1값 원자력…폐로비용도 이미 포함=가장 격론이 벌어지는 부분이 바로 ‘원가’다. 원전은 가장 값싼 발전원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원자력발전의 1㎾h당 발전단가(RPS 포함)는 67원90전이다. 문재인 정부가 원전의 빈자리를 메운다고 공언한 액화천연가스(LNG)는 100원10전이다. 태양광의 발전단가(200원80전)와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 같은 값싼 발전단가에 ‘착시효과’가 있다고 지적한다. 폐로나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선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국세는 내지 않지만 안전규제비·원자력보험·사후처리비·원자력연구기금·지역협력사업비·지역지원시설세금(지방세) 등을 낸다. 또 한국수력원자력도 이 외부비용과 관련해 매해 충당금을 쌓는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말 기준으로 한수원은 사후처리 복구정화비용 충당부채로 12조9,457억원, 발전소 주변지원사업 충당부채로 1,528억원을 계상했다.

②무게로는 LNG 세금 가장 많지만 1㎾h당으로는 엇비슷=탈원전을 찬성하는 진영의 또 하나의 근거는 바로 세금이다. 원자력발전과 석탄, 그리고 LNG의 불합리한 세금 체계를 개편하면 LNG발전으로도 충분히 값싼 전기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반만 맞는 이야기다. LNG에는 개별소비세가 1㎏당 60원, 관세가 1㎏당 11원80전이 붙는다. 유연탄은 개별소비세만 30원이 붙는다. 무게 단위로만 따지면 LNG에만 세금이 과하게 부과되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각 연료별 효율이 다르다는 것이다. LNG발전의 경우 석탄보다 효율이 좋다. 같은 무게의 연료로 생산하는 전력이 더 많다. 전력생산 단위별로 계산하면 부담하는 세금이 엇비슷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연탄의 1㎾h당 세금은 12원20전으로 LNG(13원20전)보다 불과 1원 덜 부담하는 수준이다. 원전도 부담금을 포함하면 1㎾h당 과세 수준이 11원70전이다. 쉽게 말해 현행 세제가 불합리한 수준이 아닌 것이다.

③태양광, 패널 가격 떨어져도 토지비는 여전해=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환상도 크다. 특히 탈원전 찬성론자는 기술발전을 주목한다. 신재생에너지 설비가격이 떨어져 화석연료 발전설비로 생산해내는 전력가격과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가 달성되면 신재생으로도 값싼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패널 가격이 떨어져도 토지비가 막대하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 사막 등에 태양광 시설을 짓기 때문에 설비비용을 제외한 제반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땅은 얼마나 필요할까. 원자력문화재단에 따르면 1,000㎿ 발전설비용량에 필요한 부지면적은 풍력발전(202㎢)이 원자력의 336배, 태양광(44㎢)은 73배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으로 줄어드는 발전설비용량은 4만1,614㎿다. 단순계산하면 태양광발전으로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감소분을 채울 경우 1,831㎢의 부지가 필요하다. 여의도 면적(2.9㎢)의 630배, 서울 면적(605㎢)의 세배에 달하는 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④산업용 비싸게 팔아 가정용 적자 메우는 구조=산업용 전기요금이 싸다는 것도 널리 퍼진 오해 중 하나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산업용 전기의 원가보상률은 109%다. 원가보다 9% 비싸게 팔고 있는 것이다. 반면 가정용 전기는 원가 보상률이 95%다. 쉽게 말해 기업에 비싸게 팔아 가정용에서 생기는 적자를 보전하는 구조인 셈이다. 국제비교를 해봐도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는 비싼 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산업용 대비 가정용 전기요금의 상대가격은 113%다. 반면 덴마크(368%), 독일(228%), 영국(164%), 미국(177%), 일본(142%) 등은 산업용 전기가 상대적으로 훨씬 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0%)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비쌌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그리드패러티(grid parity)=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단가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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