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가치투자...방향타 돌린 외국인

주가 많이 오른 IT주 팔고
저PBR 철강·은행 사들여
하반기 주도주 변화 가능성



코스피 상승장을 이끌고 있는 외국인이 실적 중심 투자에서 가치 중심 투자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정보기술(IT)·반도체 등 실적 호재에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을 환매하고 철강·은행을 포함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업종을 사들이면서 외국인이 하반기 주도업종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696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기관과 개인이 같은 기간 각각 6,071억원, 1,457억원 순매도에 그치는 가운데서도 외국인 홀로 코스피 2,400시대를 연 것이다. 특이점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수업종 변화다. 상반기 외국인은 LG전자 한 종목만 약 1조원 순매수하는 등 IT업종 투자 쏠림이 심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KB금융(105560)(3,959억원), 포스코(2,223억원), 한화생명(088350)(1,999억원), 삼성생명(032830)(1,988억원) 등을 주로 매수했다.

외국인이 새로 사들인 업종의 특성은 저평가된 ‘저PBR’라는 점이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외국인이 최근 20거래일 동안 순매수한 상위 5개 업종은 운송·조선·철강·은행·보험인데 운송을 제외한 4개가 PBR가 1배 미만이었다. 철강(0.55배), 은행(0.61배), 조선(0.73배), 보험(0.86배) 순이었으며 각 업종 대표종목들의 PBR도 포스코 0.69배, KB금융 0.78배, 현대중공업(009540) 0.91배, 삼성생명 0.85 등으로 낮게 형성돼 있다.

반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상반기 실적 개선에 주가가 올라 고PBR 업종은 팔고 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1,530억원), SK하이닉스(000660)(1,905억원), 삼성전자우(005935)(1,336억원), LG전자(561억원) 등을 많이 팔았는데 이들 종목이 속한 전기·전자 업종은 14일 기준 PBR가 1.71배까지 오른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외국인이 IT 순매도 속 PBR 1배 미만의 자산 가치가 부각되는 업종을 사들이고 있다”며 “실적보다 가격에 집중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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