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맥베스’의 기원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 에서 출발한다. ‘맥베스’의 귓가에 달콤한 탐욕을 속삭이며 반란을 부추기는 ‘레이디 맥베스’, 이후 그녀는 권력에의 욕망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세기를 뛰어넘어 회자되었다. 무섭도록 냉혹하지만, 남편보다 더 강인하고, 대담하며, 야심에 가득찬 ‘레이디 맥베스’는 수많은 배우들이 탐낼 수밖에 없는 매혹적인 캐릭터였다.
영화 <레이디 맥베스>는 19세기 러시아 소설의 황금기를 이끈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소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권력과 욕망의 대명사인 ‘레이디 맥베스’의 러시아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끔찍하도록 강렬한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풀어낸 이 소설은 20세기에 들어와 영화, 오페라,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꾸준히 리메이크되었다. 그중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은 당시의 통념을 깨부순 파격적인 소재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1934년 초연해 200회 이상 공연되며 성공을 거뒀고, ‘체제 전복적’이라는 이유로 스탈린에 의해 상영이 금지되기도 했다. 한편 영화로는 폴란드의 전설적인 거장 안제이 바이다의 <시베리안 레이디 맥베스>(1962)를 필두로, 러시아 감독 로만 발라얀의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1989) 등 크고 작게 꾸준히 각색되어 왔다.
21세기에 다시 찾아온 영화 <레이디 맥베스>는 그 무대를 셰익스피어의 본고장 영국으로 옮겨와, 늙은 지주에게 팔려간 열일곱 소녀 ‘캐서린’의 잔인한 운명을 그린다. 감독 윌리엄 올드로이드와 각본가 앨리스 버치는 19세기 문학 속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와 전혀 다른 행보를 걷는 ‘캐서린’의 살기등등한 모습에 주목했다. 또한 원작 소설에 없는 하인 ‘애나’를 새롭게 탄생시키고 다양한 인종의 캐릭터를 배치함으로써, 성, 계급, 인종을 아우르는 권력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더했다. 이들의 폭풍 같은 일생은 지금 시대의 화두를 건드리는 강렬한 질문을 던져줄 예정. 점차 그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영화 <레이디 맥베스>는 8월 3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