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제1796호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 중 ‘염계상련’. /사진제공=문화재청
중국 북송 시대에 주돈이(1017~1073)는 성리학의 기초를 다진 유학자로 이름을 남겼지만 유난스런 연꽃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연(蓮)은 진흙에서 났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에 깨끗이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다”는 내용이 담긴 연꽃 예찬 ‘애련설’을 썼고 그로 인해 연은 군자의 꽃으로 불리게 됐다. 보물 제1796호인 정선필 해악팔경과 송유팔현도 화첩은 겸재 정선이 금강산을 그린 진경산수 8점과 중국 송나라 유학자 8인을 소재로 한 고사인물화 각 8점씩 총 16점으로 이뤄져 있다. 그중 한 점인 ‘염계상련’은 주돈이가 정자에 홀로 앉아 연꽃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염계는 주돈이가 태어난 고향 이름이자 그의 호였다.
그림의 제작 시기를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원숙한 필치와 과감한 화면구성 등의 화풍이나 ‘정(鄭)’과 ‘선(敾)’이라는 2과(顆)의 인장을 함께 사용했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정선의 나이 70대인 1740년대 후반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우학문화재단 소유로 용인대에 소장돼 있는 이 화첩은 소품이지만 그 크기를 뛰어넘어 자연의 풍취와 현자의 덕망이 잘 표현돼 있다. 작품성과 역사성뿐 아니라 겸재가 살았던 조선 후기 문인의 취향과 선비들의 지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