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판매 허가를 받은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이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임상 3상을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연골재생 효과를 인정 받겠다는 목표로 정밀하고 규모 있는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내년 4월부터 3년 동안 진행할 임상시험의 첫 단추를 어떻게 꿰었을지 관심이다.
17일 미국 임상 정보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에 등재된 인보사의 임상 3상 설계는 무릎 연골 재생 효과 입증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임상과는 출발선부터 달랐다. 우선 임상시험 대상을 중등(3기) 환자에서 경증(2기) 환자로 확대했다. 국내는 골관절염 정도를 평가하는 4단계 중 3기에 해당하는 중등도 환자만 임상을 진행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3기는 연골이 거의 다 닳아 없어져 무릎뼈가 맞닿을 정도로 고통받는 환자라면 2기는 어느 정도 연골이 남아있는 환자”라며 “재생·재건 효과라는 것은 아무래도 어느 정도 연골이 남아있는 경증 환자에서 활성화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국내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재생 효과는 ‘관절 간격 폭’ 변화 뿐만 아니라 바이오마커 등 추가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방법은 엑스레이로 ‘관절 간격 폭’을 측정해 폭이 늘어나면 그 만큼 연골이 재생된 것으로 인정한다. 국내 식약처도 이 방법으로 인보사의 “연골 재생 효과가 없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코오롱생명과학은 최근의 학술·연구 성과를 반영한 다양한 입증 방식을 도입했다. “최근의 연구 경향은 연골이 아니라 다른 조직이 늘어나 고통이 줄어드는 것도 재생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조직·근육의 변화까지 관찰하기 위해 엑스레이는 물론 MRI 평가도 6개월, 12개월, 24개월 단위로 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24개월간 연속해 연골 재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검사도 진행한다. 바이오마커는 몸 안의 변화를 알아보는 단백질·유전물질 등의 지표를 뜻한다. 회사 측은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소변·피검사를 보면 부스러진 뼛조각이 계속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인보사를 맞은 환자의 연골 부스러짐 현상이 크게 줄어든다면 재생 효과가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인보사는 위약(가짜약) 효과를 배제하기 위한 대조군을 포함해 1,020명의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다. 내년 4월쯤 시작해 2021년 6월 말 끝나는 일정이다. 임상시험의 우선적 목표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무릎 기능 개선과 통증 완화다. 회사 측은 “연골 재생 효과는 부차적(2차) 목표로 설정했지만, 사실상 연골 재생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 설계로 봐도 좋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며 “확실한 데이터를 확보해 약효를 인정받겠다”고 자신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