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군사·적십자회담 제의] 軍 통신선 복원도 요청...남북화해 물꼬 틀까

北 군사회담엔 응할 가능성 높지만
북한식당 여종업원 탈북 사건에
이산상봉·성묘 성사는 불투명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남북군사당국회담 개최를 제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남북적십자회담 개최를 북한에 제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7일 북한을 향해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군사당국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안한 것은 본격적인 남북관계 복원 노력에 앞선 일종의 신호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에서 ‘베를린 구상’을 발표해 정전협정일인 오는 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추석(10월4일)에 맞춰 이산가족 상봉과 성묘 행사를 추진하자고 말한 바 있다. 정부의 이번 제안은 베를린 구상의 첫번째 후속 조치인 셈이다.

북한이 회담 제의에 응하면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회담 이후 1년 7개월여 만의 남북 당국회담이 성사된다. 군사회담만으로는 2014년 10월 비공개 접촉 이후 33개월 만이고 이산가족 행사가 열린다면 2015년 10월 이후 2년 만이다.

정부의 이날 제안 중 ‘적대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도 관심이다. 정치권에서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탈북자 단체의 전단지 풍선 날리기 중단이 남측에서 할 수 있는 우선적인 조치라고 분석하고 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구체적으로 특정하기보다는 북한의 반응들을 보면서 검토해나갈 것”이라며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중단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가 북한에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원해 답변을 보내달라고 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남북 군당국의 통신 채널 중 하나였지만 북한은 지난해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반발해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산불로 끊어진 동해지구 군 통신선과는 달리 북한이 대화에 응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통신선을 다시 연결해 답을 보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국방부 제안을 쉽게 거부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확성기 방송과 삐라 중단은 북한이 강력히 요구해온 것이기 때문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군사회담에는 북한이 가장 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 거부가 어려울 듯하다”면서 “의제를 군사분계선에서의 긴장완화에 한정하느냐의 문제인데 북측이 전제조건으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 문제에 성의를 보이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는 반대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성묘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4월 4·13총선을 앞두고 한국에 넘어온 중국 북한식당 여종업원 12명 문제가 걸림돌이다. 북한은 이들이 강제로 남한에 끌려갔고 이들을 돌려보내지 않을 경우 이산가족 상봉도 없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두 제안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향후 대북정책의 큰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두 제안을 덥석 받을 가능성은 적고 여러 가지 조건을 걸어 수용하거나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등 보다 높은 단계의 카드를 던지며 ‘역제안’을 해올 가능성도 있다. 핵·미사일 고도화의 마지막 단계에 이를 때까지 일체의 대화 요구를 일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