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 1월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CES 2017 현대차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현대차의 친환경차 개발 전략 등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비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글로벌 시장에서 치명상을 입은 현대·기아자동차가 해외법인장 회의를 열고 위기 타개에 나섰다. 회의를 이끌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과연 어떤 반전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현대·기아차는 17~18일 이틀간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해외법인장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었다. 매년 2차례(상·하반기) 열리는 회의로 주로 정 부회장이 주재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법인장 회의를 이끌고 있다. 한 고위 임원은 “지난해 하반기처럼 난상토론식으로 회의를 진행하며 다양한 의견을 경영층이 경청한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해외법인장 회의의 화두는 단연 판매였다. 현대차의 해외 판매량은 지난 6월까지 185만3,55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04만3,231대) 대비 9.2% 감소했다. 기아차는 106만4,381대로 지난해(118만849대)보다 9.8% 줄었다. 그나마 분위기가 나은 국내 판매량을 더해도 상반기 현대차는 올해 목표(508만대)의 43%, 기아차(317만대)는 41%에 머물고 있다. 다만 현대·기아차가 2·4분기부터 판매량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만큼 판매량과 수익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 시장의 경우 심도 있는 토론도 진행됐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로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중국에서 반토막 났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6월 5.1% 성장했지만 현대차 판매량은 39.8%, 기아차는 43.5% 급감했다. 현대차의 올해 중국 점유율은 3.4%, 기아차는 1.6%로 역대 최저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00만대 이상을 중국에서 팔았는데 올해 1~5월 판매량은 연간 목표치의 20% 정도에 불과해 올 목표치인 125만대 달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포스트 시진핑으로 불리던 쑨정차이 전 충칭 서기가 반부패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현대차는 충칭 공장을 지으며 쑨 전 서기와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다. 현대·기아차 모두 사드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쉽지 않은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차 출시 시기를 앞당기거나 인적 쇄신 이야기도 논의됐다. 이밖에 현대차는 중국 내 5번째 생산거점 충칭 공장을 하반기 본격 가동할 경우 재고 확대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성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유럽에서는 현대·기아차 모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가 잘되는 상황에서 세단 라인업 확대를 위한 전략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비상 상황인 만큼 최고경영층이 부진 탈피를 위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등의 액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성행경·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