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배당성향보다 배당수익률에 주목을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배당주 강세 현상이 뚜렷하다. 일부 투자자들은 ‘연 2~3% 배당 수익을 안겨주는 따분한 주식’으로 배당주를 바라보지만 실제 수익률은 달랐다. 최근 3개월 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200’지수는 12.1% 상승했지만 배당수익률 및 배당성향이 높은 종목의 수익률은 각각 25.52%, 15.11%에 이르렀다(이상 ‘동일가중’ 수익률 기준). 배당주 고성과는 지난 3개월 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7년 6월부터 10년간의 수익률을 조사해봐도 고배당 종목의 성과 우위는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중 배당수익률 상위 20%에 투자한 경우 연평균 수익률은 13.83%, 또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에 투자한 경우에도 9.28%의 성과를 올렸다. 참고로 같은 기간 코스피200의 연 평균 수익률은 6.95%에 그쳤다.


그럼 왜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투자한 성과와 배당성향이 높은 종목에 투자한 성과에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주가 수준’에 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 다시 말해 벌어들인 순이익 중에서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들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돈 벌어서 주주들에게 바로 보상해주는데 이런 회사의 주가는 비쌀 수밖에 없다. 실제로 코스피200 종목 중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순자산배율(PBR)은 평균 1.5배에 이른다. 반면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의 평균 PBR는 1.0배로 주식시장의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고배당’을 지급하는 기업이라면 기왕이면 싼 종목을 고르는 선택이 대세를 이루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최근처럼 주식시장이 뜨거울 때에는 PBR가 낮은, 이른바 ‘가치주’의 매력이 높아진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주식시장이 호황일 때 가치주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투자의 체크포인트는 ‘기업 이익의 증가’ 여부다. 그런데 올해처럼 사상 최대의 이익이 예상되는 시기에는 이익이 증가하는 기업을 찾기 쉽다. 따라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익이 증가하는 기업 중에서 상대적으로 싸게 거래되는 기업을 매수하는 게 당연한 선택이다. 반면 주식시장이 어려울 때는 성장주가 강세를 보인다. 불황으로 기업이익이 훼손되는 상황에서 독보적인 이익을 내는 기업들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불황에는 성장주, 그리고 호황에는 가치주가 뛰어난 성과를 거둔다면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들의 탁월한 성과는 어떻게 된 일일까. 그 이유는 바로 ‘호황은 길고 불황은 짧은’ 경기순환의 특징 때문이다. 2000년 이후 한국의 경기 흐름을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경기호황 국면은 31개월에 달한 반면 경기불황은 18개월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기업들의 주주보상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 시점에 배당주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유망하다고 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