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창’ 이윤희 실종 미스터리, 2006년 초동 수사 왜 실패했나?



18일 방송되는 KBS1 ‘시사기획 창’에서는 ‘실종자 이윤희’ 편이 전파를 탄다.

‘세월이 가면 잊힌다.’ 실종자 가족들에겐 틀린 말이다. 사건이 있었던 그 날, 그 시간에 갇혀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어딘 가에는 살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그들에겐 또 다른 고통이다.

KBS <시사기획 창>은 11년째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2006년 전북대학교 수의대 본과 4학년 이윤희 씨의 실종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그리고 실종 사건의 새로운 실마리를 제기한다. 이윤희 씨는 2006년 6월 5일 밤 수의대 동물수술 실습 종강 모임을 끝으로 실종됐다. 이화여대에서 통계와 미술을 전공하고, 전북대 수의대 본과에 편입해 졸업을 6개월 남겨둔 상태였다.

▲ 11년째 밝혀지지 않은 이윤희 씨 실종 미스터리

이 씨 실종 사건에는 많은 미스터리가 남아 있다. 귀가 뒤 곧바로 인터넷에 ‘성추행’과 ‘112 신고’를 검색했다. 그런데 여성으로서 가장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의 이 검색은 불과 3분 만에 끝난다. 종일 입었던 옷 그대로 실종된 것도 의문이다. 그날 전주의 낮 최고 기온은 28.9도였고, 이 씨는 종강 모임 술자리까지 다녀온 상태였다. 이 씨의 손가방은 집 안 책상 위에 있었지만, 그 가방에 들어 있던 전화번호 수첩은 없어졌다. 이 씨가 실종 사흘 전 당한 오토바이 날치기도 미스터리다. 날치기로 잃어버린 손가방에 들어 있던 휴대전화는 전북대학교에서 마지막 신호가 잡혔다. 오토바이 날치기에 이은 실종. 이 씨는 일반 사람이 평생 한 번도 겪기 힘든 사건을 사흘 새 모두 겪은 셈이다.

KBS <시사기획 창>은 전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권일용 경정, 경찰청 공채 1기 프로파일러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 교수와 함께 이윤희 씨 실종 사건 미스터리를 원점에서 검토했다. 그리고 이 사건을 풀어갈 새로운 실마리를 발견했다.


▲ 동물수술 실습실에 발견된 이윤희 수첩

취재진은 이윤희 씨가 실종될 때 없어진 전화번호 수첩이 실종 일주일째인 6월 12일 저녁 전북대학교 동물병원 1층 수술실습실에서 발견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윤희 씨가 수술 실습을 한 곳은 2층으로, 1층 실습실은 이윤희 씨가 평소 드나들지 않던 곳이라는 당시 경찰 수사 자료도 확인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이윤희 씨 실종의 중요한 단서인 수첩 관련 수사를 중단한다. 그 수첩이 실종 전부터 있었다는 수의대 한 대학원생의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그 진술을 했다는 대학원생에게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했다. 그런데 그 대학원생은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며 “학부생인 이윤희 씨를 직접 알지 못한다”면서 “알지도 못하는 학부생이 갖고 다니던 수첩을 어떻게 알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본인이 그런 말을 한 것으로 수사 기록이 남아 있다니 난감하다”라고 주장했다. 2006년 당시 경찰 초동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 이윤희 씨 실종 진실 “전북대 안에 있다.”

배상훈 교수와 권일용 전 팀장은 이윤희 씨 수첩이 전북대 동물병원 수술 실습실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해 실종 사건의 진실은 결국 전북대 안에 있다고 진단했다. 배 교수는 “어떤 이유에서 6월 6일 새벽 이윤희 씨가 동물수술 실습실을 찾았고, 그리고 그 수첩을 그곳에 두고 난 뒤 실종됐을 가능성과 이윤희 씨 실종에 개입된 어떤 인물이 수사에 혼선을 줄 목적 등으로 수첩을 그곳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두 가지 가능성 모두 이윤희 씨 실종에 전북대 수의대 관련 인물이 개입되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권일용 전 팀장은 또 “범죄자들의 심리적인 특성을 보면 그렇게 합리적, 체계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사건을 은폐, 위장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는 수첩을 범행의 흔적, 이동의 흔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진단했다.

[사진=KBS1 ‘시사기획 창’ 예고영상캡처]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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