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트럼프의 여름 백악관




박성현 선수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확정하자 VIP 관람석에서 박수를 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어제 신문 지면을 일제히 장식했다. 대통령이 왜 한가롭게 골프 대회를 관람할까 의아할 법도 하겠지만 대회장소를 보면 궁금증은 금방 풀린다. 트럼프내셔널베드민스터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이다. 골프광인 그는 파산 후 재기를 모색한 1990년대 후반부터 경영난에 봉착한 골프장을 인수하거나 싼 땅을 사들여 골프장으로 개발했다. 그가 세운 골프제국은 무려 18곳. 미국에는 뉴욕과 워싱턴DC 등 14곳에 이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27홀 라운딩을 한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도 그의 소유다. 해외에는 박인비 선수가 2015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스코틀랜드 턴베리, 타이거 우즈가 설계한 두바이트럼프 등 4곳이 있다.

이 골프장에 대한 트럼프의 애착이 대단한 모양이다. US여자오픈 개최에 이어 2022년에는 남자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이 열릴 예정이다. 2009년 장녀 이방카의 결혼도 여기서 했다. 원래 이곳은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타임머신카를 만든 존 드로리언의 저택과 숲이었는데 경매로 나온 땅을 매입해 2004년 지금의 36홀 코스로 변신시켰다. 금을 좋아하는 트럼프는 골프장 착공식 때 금으로 된 삽으로 첫 삽을 떴다고 한다. 회원권 가격은 35만달러.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같은 명사들도 클럽 회원으로 알려져 있다.

인수위 캠프로 쓴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인 이곳은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마러라고 리조트에 빗대 ‘여름 백악관’으로 통한다. 대선 TV토론을 준비하고 대통령 당선 후에는 조각 구상과 참모진 면접도 했다고 한다. 트럼트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 일정을 마친 후 귀국길에 골프장으로 직행해 3일 동안 관람석을 지켰다. 우승한 박 선수와 2위를 차지한 아마추어 최혜진 선수에게 트위터로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위대한 미국 재건’ 모자를 쓴 트럼프가 미국 골퍼는 단 한 명도 없고 한국인 8명이 차지한 리더보드 톱10을 보며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권구찬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