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저임금 재정투입, 산출근거부터 틀렸다

정부 제시한 5년간 인상률 7.4%
실제 7.16%...800억 더 지원해야
3년간 재정 투입만 10조 달할 듯
최저임금 공식자료 잘못 쓴 정부
민간업체 부담 매년 50%씩 늘어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안으로 3조원을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에 투입하기로 했지만 지원 근거가 되는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부터 잘못 계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번 지원으로 3년간 최소 10조8,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돼 국가재정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6일 대책 발표 때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을 7.4%로 제시했으나 실제로는 7.16%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의 수치는 △2013년 6.1% △2014년 7.2% △2015년 7.1% △2016년 8.1% △2017년 7.3% 등이다. 이를 평균 내면 7.16%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7.4%라는 숫자는 최근 4년을 계산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4년을 했는데 이를 정권 기간(5년)으로 착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정부가 밝힌 1차 지원분 3조원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약 800억원을 더 책정한 것이다.

반대로 4년치씩 따지는 게 정부 의도였다면 공식 자료부터 잘못 쓴 꼴이다. 기재부는 16일 낸 보도자료에서 ‘최근 5년 최저임금 인상률’로 기준을 명시했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고용부에서 숫자를 받아 써서 정확히 몰랐다”면서도 “7.4%라는 숫자는 유지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4년치로 잡으면 기업 부담이 급증한다는 점이다. 오는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16.4%)이 높아 매년 정부 지원은 줄고 기업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최근 인상률을 반영하는 구조 탓인데 정부는 2019년 시간당 최저임금 8,649원, 2020년 1만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 추정 결과 2018년 479원인 최저임금 인상분 중 기업 부담은 2019년 736원으로 53.6%나 급증한다.


물론 정부도 매년 수조원을 부담해야 한다. 최근 4년치 기준으로만 잡아도 2018년 3조1,766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정부 지원액은 2019년 4조2,154억원, 2020년 3조4,670억원으로 추정된다. 3년간 무려 10조8,590억원의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내수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경제성장률 제고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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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건비 지원으로 향후 3년간 들어갈 세금 10조8,590억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올해 추가경정예산 11조2,000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지원 대상인 ‘30인 미만 최저임금 영향 근로자’는 내년에 218만명 수준이지만 2019년 382만명, 2020년 512만명으로 치솟는다. 지원 대상이 증가하는데 2020년 총 지원 규모가 감소하는 것은 연간 1인당 지원액이 2018년 110만3,520원에서 2020년 67만7,170원으로 줄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원제도 설계 방향에 따라 재정투입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가령 지원 대상을 30인 미만 업체에서 ‘전체 최저임금 영향 근로자’로 넓히면 3년간 지원액은 13조6,470억원으로 훌쩍 뛴다. 실제 정부가 지원 대상 예시로 30인 미만 업체를 제시하자 “30인 이상 중소기업도 타격이 큰데 왜 차별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정부는 내년 이후 계속 지원 여부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16일 브리핑에서 “영세업체의 연착륙을 위해 1년 이상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힌데다 2019년·2020년에 최저임금이 높은 인상률을 기록하면 지원을 중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최소 3년간은 계속 지원이 유력한 상황이다. 또 현금성 지원 정책은 한번 시작하면 되돌리기가 극히 어렵다는 점에서 2020년 이후에도 지원이 유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급조한 대책이 향후 ‘세금 먹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은 한번 오르면 효과가 영원히 지속되는데 일시적 재정지원으로 막아보려 한다는 시도 자체가 적절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계속 세금으로 최저임금을 지원해야 하는 함정에 빠질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수혜 대상의 도덕적 해이 등을 막는 방향으로 안정자금지원제도를 잘 설계하면 재정소요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특히 수혜 대상이지만 지원을 원하지 않는 경우 지원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원을 원하지 않는 업체는 대부분 ‘최저임금을 올리느니 인력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입장일 가능성이 높아 이 경우 고용 감소가 불가피하다. 지원 대상이 많으면 수조원의 혈세 퍼주기가, 지원 대상이 적으면 실업 사태가 우려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세종=김영필·서민준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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