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상생 컨퍼런스]"상생은 훌륭한 경영전략...매출 늘리고 지속성장 가능성 높여"

사회적 성과 내려면 공헌보다 공유, 기부보다 투자 힘써야
비시장적 요인이 사업에 큰영향...상생발전 생태계 육성을
대기업의 스타트업 지원, 혁신문화 확산 등 긍정적 효과

안충영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상생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송은석기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영리기업의 훌륭한 경영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정현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공헌위원회 전무)

여전히 많은 사람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생각할 때 상생이나 협력보다는 ‘갑(甲)질’ ‘불공정거래’ ‘시장 침해’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체급 차이가 큰 주체 간의 힘겨운 싸움과 처절한 경쟁을 연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함께 산다는 ‘상생’의 말뜻처럼 대기업과 중소·벤처·스타트업이 힘을 모아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실제 양쪽 모두에 더 많은 과실을 안겨주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상생 노력이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는 시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런 중요성을 바탕으로 2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2017 대한민국 상생컨퍼런스’에서는 ‘사회혁신을 위한 대기업과 중소 벤처스타트업 협력’을 주제로 기업인과 각계 전문가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기조연설을 맡은 정은성 B-Corp 한국위원회 위원장(에버영코리아 대표이사)은 ‘기업과 사회의 상생 발전:전 세계 동향 및 우리 사회에 주는 의미’를 주제로 상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세계적인 흐름을 소개했다. B-Corp은 이해관계자를 포용하고 재무적 이익과 사회적 성과를 함께 창출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미래 기업표준이다. 세계 50개국 130개 산업 분야의 2,00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B-Corp이 제시하는 기준은 △투명·공정한 지배구조 △건강한 근무환경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 △친환경, 지속 가능성 △비즈니스의 주요 목표에 사회적 가치 포함 등이다. 정 위원장은 “B-Corp의 기준을 맞추려고 노력한 기업들은 실제로 매출이 상승하고 글로벌 시장에 쉽게 진출했다”며 사회적 성과와 기업 이익이 높은 상관관계를 이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성과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공헌보다 공유, 기부보다 투자에 주력해야 한다”며 “(중소·스타트업과 상생할 때도) 개별 기업보다는 생태계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대기업들의 우수 사례를 통해 교훈을 공유했다. 정현천 전무는 SK그룹의 다양한 사회적 가치창출 활동을 소개했다. SK는 SKMS(경영관리체계)를 지난 1979년 이윤 추구에서 2004년 행복 추구, 2016년 사회적 가치 창출로 바꿀 정도로 이 분야에 역량을 쏟고 있다. SK는 특히 사회적 기업과 그 생태계를 육성함으로써 가치를 만든다.

정 전무는 “사회적 기업은 비용 대비 높은 효율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유연한 대처와 혁신적 시도 같은 기업 고유의 장점을 활용함으로써 지속 가능성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큐먼펀드를 예로 들었다. 이 펀드는 말라리아 감염지역에 모기장을 지원할 때 관련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더 좋은 모기장을 저렴하게, 더 널리 전달할 수 있었다. 정 전무는 “그냥 모기장을 사서 나눠줬다면 일회성 지원으로 끝났을 것”이라며 사회적 기업의 효과성을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SK는 KAIST에 사회적 기업가 양성과정을 개설하고 생태계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SK는 이런 활동이 궁극적으로 회사 이익에도 도움을 준다고 보고 있다. 정 전무는 “점차 정치·사회·규제 등 비시장적 요인이 사업에 큰 영향을 준다”며 “눈앞의 단기적인 이익만 바라보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현재 SK 계열사의 데이터와 인적역량이 각각의 ‘사일로(silo·저장탑)’에 담겨 그룹사 간에 공유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더 큰 가치 창출을 위해 그룹사는 물론 다른 기업·사회와 인프라를 어떻게 함께 나눌지 연구해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발표자로 나온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는 ‘사회혁신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대기업의 협력 프로그램’을 주제로 롯데그룹의 스타트업 육성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의 스타트업 지원이 일방향의 시혜가 아닌 스타트업의 장점을 대기업이 흡수하는 상호작용이라고 설파했다. 김 상무는 “사회공헌으로 시작했지만 오히려 롯데그룹에 혁신문화가 퍼지면서 계열사 임직원들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부가적인 효과를 얻었다”며 “스타트업을 육성하려는 대기업은 철저한 서비스 정신을 가진 전담조직을 꾸리고 스타트업 입장에서 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태 MYSC 대표이사의 사회로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대기업을 향한 제언이 이어졌다. 김 상무는 “대기업 성장의 한계로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다”며 “대기업이 투자에 나설 때 재무적 가치만 보지 않고 스타트업의 혁신성이나 에너지(활력)에 보다 주목한다면 더 많은 장점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