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최대 20만명 정규직 전환' 문제점] 재원 조달 방안 없이 발표...청년 일자리 축소도 배제못해

계약기간 끝나면 민간 용역업체 수익창출 어려워져
기간제 교사·강사는 정규직 전환서 빠져 강력 반발
전환 대상 기관선 "지원책도 없이 책임 떠넘겨" 불만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의결한 20일 정부세종청사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국공립 교육기관 등 공공 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는 막대한 규모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브리핑에서 비정규직 대상자와 소요 재원 규모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고 마이크를 류경희 공공노사정책관에게 넘겼다. 류 정책관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원이 나와야 예산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소요 재정을 추계할 수 있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전환자 수가 ‘몇 명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되는 예산도 얼마가 될지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바꿔 말해 얼마가 들지도 모른 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는 국민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 2016년 기준 공공 부문 비정규직 31만명 가운데 정규직 전환 대상인 상시·지속적 업무 종사자는 대략 2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됨에 따라 연봉이 1,000만원 오른다고 가정하면 단순계산으로도 추가 소요 재정은 2조원에 이른다. 정부는 비정규직의 고용이 안정되고 처우가 개선되면 생산성이 향상되고 공공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뿐 아니라 내수도 진작돼 ‘고용→복지→성장’의 선순환 구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대효과에 불과하다.


청년의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공 부문 정규직은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다. 청년이 공공 부문에서 일하기 위해 목을 매다시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20만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일정 부분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줄어들 여지가 있다. 이 차관은 “이번 정규직 전환은 기존 비정규직 일자리 개선이 목적이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청년이 좋아하는 일자리는 다른 근로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제한 및 공개경쟁 등의 채용 방식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민간 용역업체의 피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공공 부문이 해당 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직접고용 또는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채용하게 되면 용역업체는 수익창출 자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정부는 각 기관이 현재 맺고 있는 계약기간을 보장하도록 했지만 계약기간이 끝나면 해당 업체는 동일한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 업무 관련 시설·장비 매입, 소규모 업체 간부진의 관리자 채용 등을 용역업체 피해 최소화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업체 입장에서 충분한 조치가 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전환자와 비전환자 간 갈등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당장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기간제 교사·강사가 이날 강력하게 반발했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관계자는 “다른 법령이 기간을 달리 정하고 있기 때문에 교사·강사의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온갖 차별을 당하면서도 정규직 교사들이 하는 수업·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이미 정규직으로 분류하고 있는 무기계약직도 불만을 제기했다. 정부 산하기관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한 근로자는 “정부가 늘 처우 개선을 운운하는데 실제로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정규직 전환 대상기관에서도 볼멘소리가 쏟아져나왔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말이 상호 합의지 이미 대세는 정해진 것 아니냐”며 “최소한의 지원책도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책임을 떠넘기는 처사”라고 말했다. 수년 전 울산으로 이전한 한 공공기관은 청소·경비·식당 업무를 맡고 있는 아웃소싱 업체 근로자까지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거나 자회사 설립 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정부 발표를 접한 뒤 당혹스러워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이 기관 관계자는 “원래 우리 기관은 청소·경비·식당 업무를 보는 직원도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했다”며 “하지만 해당 업무를 외주업체로 이관하도록 해 비정규직을 쓰도록 만든 장본인은 다름 아닌 외환위기 시절 인건비 절감을 외쳤던 정부”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야 정부가 주는 돈으로 정규직 전환을 하면 그만”이라면서도 “지방이전 등으로 용역·파견 근로자가 크게 늘었는데 재무상황이 나빠지지는 않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임지훈·이두형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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