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협, 무단번역 출판사 기소에 “해적출판 청산 계기”…환영 성명서 발표

출판계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최근 검찰이 일본 역사소설 ‘대망’을 무단번역한 혐의로 동서문화동판(옛 동서문화사)를 기소한 데 대해 20일 성명서를 내고 “출판계의 ‘해적출판’을 청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출협은 정식으로 번역한 출판사가 있는데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원저작물을 무단으로 번역 출판하는 행위는 출판시장을 교란하는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에 기소된 출판사가 출협의 오랜 회원으로 활동한 중견 출판사인데도 회원사들의 명예와 이익을 정면으로 저해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출협은 이번 일을 출판계 자정의 기회로 삼고 해적판 근절 등 저작권법 선진화 방안 마련에 힘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앞서 검찰은 원저작권자 등의 허락 없이 일본 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번역물을 판매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출판사 동서문화동판 대표 고모(77)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동서문화동판의 전신인 동서문화사는 1975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앞부분을 번역한 ‘대망’을 출간하고 지난 2005년 원저작권자나 한국어판 발행권자의 허락 없이 수정해 무단 판매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의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 발효에 따라 저작권법이 개정되면서 고 씨는 1975년판 ‘대망’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증감하지 않은 상태로만 발행할 수 있으나 이를 위반했다. 이에 정식 계약을 맺은 한국어판 발행권자인 솔출판사는 동서문화사가 허락 없이 책을 출판했다며 지난해 검찰에 고발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다음은 성명서 전문.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철호, 이하 출협)는 검찰이 지난 17일 동서문화사 출간 역사소설《대망》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한 것과 관련해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하는 바이다. 아울러 출판사의 해적판 판매는 출판사 간 분쟁을 넘어 출판강국으로 성장한 우리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혀 두는 바이다. 우리는 이번 검찰의 기소가 출판계의 극히 일부에서나마 아직 남아 있는 출판계의 ‘해적출판’을 완전히 청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식으로 번역계약을 체결한 출판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복저작물 경과조치’라는 저작권법을 악용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원저작물을 무단으로 번역 출판하는 행위는 출판시장을 교란하는 위법행위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출판사가 출판계의 중견 출판사이자 출협의 오랜 회원으로서 회원사들의 명예와 이익을 정면으로 저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검찰의 기소를 계기로 그동안 피해를 입고 소송을 제기한 솔출판사를 비롯해, 창해, 동녘, 황금가지 등 여러 출판사들의 권리와 이익이 보호받게 되기를 바란다. 또한 일각에서나마 남아있는 해적출판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난 4월 출협을 비롯한 출판계 전체가 모여 변화·발전한 출판환경에 대응하고 출판권자와 저작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출판저작권법선진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저작권법의 연구·개정·홍보 등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법적 노력이나 검찰의 사법적 조치에 앞서 우리 출판계 자체가 윤리적으로 올바른 산업질서를 정립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문제의 출판사는 법질서와 출판윤리에 맞게 솔출판사 등 동료 출판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어야 하고, 서점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출판사의 서적은 눈앞의 영업적 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법과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여, 판매를 자제함으로써 우리 업계의 자정 능력을 보여 주었어야 한다. 이는 우리에게 자성을 요구하는 지점이라고 할 것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생의 법질서가 지켜지고 불법출판물이 생산되지 않는 건강한 출판계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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