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지난 정부 문건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20일 국정상황실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부의 문건 일부를 공개했다. 민정수석실·정무수석실에서 발견된 문건과 마찬가지로 보수단체 육성, 삼성물산 합병 과정의 개입, 서울시 탄압 등 위법적 지시가 담겨 있었다. 청와대는 문건 공개에 대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라는 반박이 뒤따르자 “법리적 검토를 끝마쳤다”며 문제가 없음을 못 박았다.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문건은 현 정부의 국정상황실이자 전 정부의 정책조정수석 산하 기획비서관실에서 발견됐다. 기간은 지난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작성한 것으로 504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된 문건은 앞서 발표된 문건의 내용과 유사하다. 2015년 6월께 작성된 국정환경 진단 및 운영 기조 문건에는 보수 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등 홍보역량 강화, 보수단체 재정확충 지원 대책,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과 해외보수 세력 육성 방안이 기재돼 있었다. 2015년 7월의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문건에는 신생 청년 보수단체들에 대한 관련 기금 지원을 적극 검토한 내용이 발견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특정 이념이 확산되도록 청와대가 직접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의 중립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문건 중 주목되는 것은 해외 헤지펀드에 대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대책 검토,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주장에 대한 쟁점 및 정부 입장 점검이라는 문건이 발견된 점이다.
이 외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청년수당에 대해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지급하면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라는 문건과 공동육아협동조합, 누리과정 예산 등 민주당 성향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을 비판하는 문건도 발견됐다.
아울러 청와대는 문건 공개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청와대는 법적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강조하면서도 공개해서는 안 되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요건은 “대통령 임기 이전에 대통령기록관실로 이관돼야 하는 조건이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공개하고 있는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이지만 지정기록물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편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에서 발견된 문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안보실 문건 역시 국정상황실에서 발견된 문건과 같은 날짜에 발견된 것이다. 청와대는 “양이 방대해 분석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지만 매머드급 이슈가 담긴 문건이 발견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비밀리에 추진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 한일 위안부 합의의 막전막후가 담긴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