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어 3사가 각기 다른 행보를 보여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업계 맏형인 한국타이어(161390)는 글로벌 업체의 문을 두드리고 고성능 타이어 등 신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수익성은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다. 막내뻘인 넥센타이어(002350)는 해외 국부펀드에서 자금을 조달해 글로벌 생산거점을 확대하는 등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금호타이어(073240)는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 등 벼랑 끝 위기에 내몰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사세를 키우는 곳은 넥센타이어다. 넥센타이어는 1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인베스트먼트컴퍼니로부터 16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무바달라는 자산규모 1,250억달러(약 140조원)로 전 세계 국부펀드 14위다. 30여개국에서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고 있고 자동차 업계에서는 페라리·다임러·테슬라 등에 투자했다. 타이어 업체 투자는 넥센이 처음이다. 이번 투자는 무바달라 측이 먼저 연락을 취해 진행됐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15%씩 성장했고 지난해 2월 독일 포르쉐 카이엔에 ‘엔페라 RU1’ 등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면서 주목받은 것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2004년 경남 양산 2공장을 시작으로 중국 칭다오공장, 2012년 경남 창녕공장 등을 지으면서 연 4,100만개 생산력을 확보하고 있다. 내수 점유율도 2000년 8%에서 지난해 25%로 올라섰고 140여개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첫 타이어 렌털사업인 넥스트 레벨도 운영 중이다. 3년 연속 영업이익이 10%가량 증가한 것도 이런 이유다. 2018년 체코공장이 완공되면 생산 능력도 연 5,300만개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타이어도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생산량 기준으로는 세계 5위로 뛰어올랐다. 벤츠와 BMW·아우디·테슬라 등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며 현대자동차그룹 비중은 자연스럽게 줄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10~13%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대전 테크노돔을 완공해 미래 타이어 연구를 강화했고 4월 말에는 미국 테네시주에서 공장을 가동했다. 테네시공장은 타이어 55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데 2020년 1,100만개까지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신사업에도 적극적이다. 2월 호주 최대 타이어유통점인 작스타이어즈 지분 100%를 인수했고 B2C 유통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통부문을 유통사업본부로 격상했다. 다만 올해는 환율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호타이어는 그야말로 울상이다. 2년 연속 당기 순적자가 이어지더니 올 1·4분기에는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했지만 채권단의 매각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될 것이라는 우려에 중국은 물론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구매선들이 동요하고 타이어 주문을 줄이고 있다. 브랜드 가치 하락→판매감소→수익성 악화→미래 준비 실패라는 악순환에 갇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더블스타로 매각되더라도 구조조정 등 추가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