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마블 아이언맨 체크카드.
#광화문 인근에서 일하는 직장인 송모(30)씨는 최근 체크카드를 마블(MARVEL) 캐릭터 중 하나인 아이언맨이 새겨진 것으로 갈아탔다. 회사 밖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SC제일은행의 홍보 전단지를 받고 마블 캐릭터 카드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모바일 앱에서 SC제일은행 계좌를 만들고 카드를 신청해 며칠 후 수령했다. 송씨는 “퀄리티(질) 좋은 캐릭터 소품을 공짜로 받는다는 생각에 냉큼 발급 받았다”며 “카드를 꺼내들 때마다 기분이 좋고 다른 사람들이 보면 아는 체를 해서 대화소재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은행권에 체크카드를 중심으로 캐릭터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특정 캐릭터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의 숫자에 비해 호소력 있는 캐릭터는 많지 않아 앞으로 유력 캐릭터 회사와의 제휴 쟁탈전이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내달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넣은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라인프렌즈는 글로벌 메신저 ‘라인(LINE)’의 테마 캐릭터다. 비록 국내에선 카카오톡의 대표 캐릭터 ‘카카오프렌즈’에 인지도가 밀리지만 글로벌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카드사들이 네이버페이 체크·신용카드를 발급해왔으나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입힌 카드상품은 케이뱅크가 처음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네이버와는 케이뱅크 출범 초기부터 마케팅 측면에서 다양하게 협업해왔다”며 “기존 체크카드를 가진 고객들도 신청하면 추가로 발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은행권에 캐릭터 마케팅이 전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7일 영업을 개시하는 카카오뱅크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하나씩 넣은 체크카드를 ‘킬러아이템’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체크카드 라인업을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 무지, 콘, 어피치 캐릭터 4종으로 정했으며 현재 자사 직원과 주주사 직원에게 1,000여개를 발급한 상태다. 카카오프렌즈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국내 소비자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캐릭터 선호도 조사에서 캐릭터계의 제왕 ‘뽀로로’를 꺾고 1위에 오른 바 있다.
캐릭터 마케팅의 효과는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다. SC제일은행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의 제휴해 지난 4월부터 캡틴아메리카와 아이언맨 등 마블 캐릭터를 새긴 체크카드와 통장을 발급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도 매일 수백장씩 신규 발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이 상품 출시 이후 SC제일은행의 체크카드은 발급량은 50% 늘었고, 그간 SC제일은행과 거래가 없던 신규고객의 유입량도 전보다 40%이상 증가했다. 하나카드도 지난 2015년 5월부터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입힌 ‘카카오페이 체크·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있는데, 현재 40만좌가 넘게 발급된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금융사들은 유명 캐릭터 마케팅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거나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고 입을 모은다. 메신저 캐릭터의 경우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널리 사용되며 마블 등 다른 캐릭터들도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매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따라서 캐릭터 자체가 사람들에게 금융사에 대한 친숙함을 심어줄 수 있으며, 또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거래를 틀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일단 새로운 고객을 유입시키는 미끼 효과가 가장 크다고 본다”며 “일단 고객이 유입되면 경쟁력 있는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아직 마케팅에 활용할 만한 마땅한 캐릭터를 찾지 못한 금융사들은 앞으로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SC제일은행은 5년 간 월트디즈니의 캐릭터를 활용할 예정이며,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도 주로 카카오뱅크에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