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서울경제DB
주 전 대표는 21일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부모 없는 자식:최저임금 만원’이라는 주제의 글을 남겼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몇 가지 이상한 일이 있다”고 운을 뗀 뒤 “누가 어떻게 만든 공약인가, 캠프 내에서 누가 이것을 주창했는가”라며 강한 비판을 시작했다. 주 전 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안을 ‘부모 없는 자식’에 비유하며 “누가 주장한 것인지도, 취지도, 근거도, 예상효과 분석도 모호하게 여기까지 왔다”며 “대기업 노조의 선무당 소리를 당론이라고 받은 김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싶다”고 힐난했다. 주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이 영입해 정계에 발을 들인 후 민주당 총선정책공약 부단장과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 등을 지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 이사장 후보에 오를 만큼 현 정부에서 입지가 있는 ‘진보 성향’의 금융인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6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인상한 7,530원으로 결정했다. 가파른 인상폭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경제학계에서도 우리 경제를 두고 유례없는 ‘실험’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3조원의 재정을 풀어 임금을 보조한다지만 현장에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터지는 상황이다.
“소득주도 성장 예시로 거론
주요 정책수단 아니었는데…
최저임금 인상 수준 논의도
예상 시나리오조차 없었다”
주 전 대표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을 네 가지 이유를 들어 비판했다. 우선 정책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아무도 ‘이것이 잘되면 내 공이고 잘못되면 내 탓’이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주 전 대표는 “홍장표(경제수석)씨 등이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장할 때 이를 구현할 정책수단의 예시로 최저소득 인상을 거론한 적은 있다”면서 “그러나 그도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을 정책수단 중 하나로 들었을 뿐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자고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주 전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도 모호하다”며 두 번째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론에서 주요한 정책수단이 아니라 예시에 불과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통신요금 인하, 사회적 일자리 확충 등은 예로 든 것이지 몸통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주 전 사장은 피고용자총보상(total compensation)이 약 650조원, 이 중 임금소득이 약 550억원으로 5%를 증대시키려면 연간 30조원을 올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에게 1,000원씩 더 주고 통신비를 내려봤자 10조원 근처에도 못 간다”며 “김상조(공정거래위원장)처럼 마중물이라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퍼올릴 지하수는 어디서, 그리고 언제, 어떻게 나오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주 전 대표는 정책의 “근거도 없다”고 규정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최저임금을 얘기할 때는 전체 임금 노동자의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50%보다 더 많은가 아닌가를 우선 보고, 한국은 이미 거의 45%에 달한다”며 “(한국은) 조금만 올려도 금방 50%를 넘어버린다”면서 “1만원이면 중위소득 50%를 훨씬 넘어버린다”고 지적했다.
“저지르고 나서 재정 보조
세상에서 처음 보는 일”
마지막으로 그는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정부 측 예상 시나리오조차 없다”며 “이 정도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정책이면 이것을 실시할 경우 예상 효과가 무엇인지가 나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전 대표는 “김동연 부총리가 인상 결정 다음날 예상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상하기 짝이 없다”면서 “자기들이 일은 저지르고 나서 다음날 이를 옹호하는 대신 부작용 경감대책을 늘어놓는 것은 세상에서 처음 본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정도 되는 사안이면 정부 내 누군가가 이것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내가 주창한 것이고 이러이러한 과정을 거쳐 대통령과 정책 담당자가 동의한 것이며 이러이러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주 전 대표는 “아이는 태어났는데 내가 그 아이 부모라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단 해보고 내년에 가서 다시 보겠다고 했단다. 자기들도 덜컥 수를 둔 것을 두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말처럼 들린다”면서 글을 마무리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