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파수꾼’은 범죄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이 모여서 아픔을 이겨내고 정의를 실현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김영광은 극 중 겉은 속물이지만 실상은 억울한 사연을 품고 복수를 계획하는 검사 장도한으로 분했다. 마지막 회에서 조수지(이시영 분)를 구하고 대신 목숨을 잃어 시청자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기기도 했다.
배우 김영광/사진=와이드에스 컴퍼니
“개인적으로 도한이가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드라마가 뒷부분으로 갈수록 거의 생방송 같았거든요. 마지막 회 대본을 받고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전까지는 죽는다는 확신이 없었는데 감독님께서도 저를 놀리려고 그러셨는지 안 가르쳐주신 거예요. 죽었다 살아난다는 이야기도 했었는데 결국 안 살아나는 방향이 됐네요.”장도한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윤시완(박솔로문 분)에 대해서 묻자 김영광은 “나쁜 놈”이라며 웃었다. 조수지의 딸을 죽게 만든 윤시완을 어떻게 응징하지 못하게 되니까 너무 화가 나더라고. 윤시완의 아버지인 윤승로(최무성 분)는 청문회를 통해 복수했지만, 곧바로 벌어진 또 다른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게 되니 답답함이 남았다.
“그래서 시즌2 이야기도 나왔어요. 저희끼리도 누구누구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죠. B팀 감독님께서 ‘파수꾼 오브 갤럭시2’를 만든다고 농담도 하셨어요. 도한이는 어떻게 등장하면 좋을까요. 영화 ‘X맨’ 찰스 자비에 교수처럼 머리 밀고 휠체어 끌고 나타나는 것은 어떨까요(웃음). 실제로는 불가능하겠지만 재미있는 상상이죠.”
이제야 우스갯소리처럼 넘기지만 방송 마지막 날까지 결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도한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는 시청자도, 화를 낼 시청자도 많을 것 같았다고. 그렇지만 김영광은 도한의 죽음이 이해됐다. 장도한은 한 평생을 복수를 위해 살아온 인물이다. 조수지를 구함으로써 어떻게 보면 속죄를 한 셈이 됐다. 슬픈 엔딩이다.
“촬영장에서 토론을 많이 했어요. 저희가 개연성을 갖고 연기를 해야 시청자들도 보실 때 이해가 될 테니까요. 각자 캐릭터마다 서로가 이렇게 행동하는 원인과 이유를 찾으려고 토론 했습니다. 그런 작업이 재미있었어요. 실제로 저희끼리 토론하고 감독님과 상의해서 만든 장면 중에 시청자분들이 좋아해주셨던 것도 많고요.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 정도 많아요.”
‘파수꾼’은 동시간대 방송된 다른 드라마에 비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률은 점점 올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칭찬을 들었다. 이 같은 피드백들이 연기를 하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파수꾼’은 장르물인 만큼 떡밥을 하나씩 수거하면서 시청자들과 함께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배우 김영광/사진=와이드에스 컴퍼니
“초반에는 시청률이 전혀 신경 안 쓰였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률이 높아지니까 시청자분들도 으쌰으쌰 하더라고요. ‘10% 넘겨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저도 갑자기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결국 마지막 방송에 10%가 넘었어요. 역시 시청자들의 힘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죠. 그렇지만 원래 시청률에 민감한 성격은 아니에요. 역할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보여드려서 만족합니다.”시청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캐릭터를 살리는 것에 더 집중해서 연기를 했다는 의미다. 초반 능글맞은 모습에서 후반 카리스마 있는 모습까지 다채로운 감정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을 소화해내기 위해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여러 작품과 배우를 참고하기도 했다.
“장도한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윤승로와 오광호 검사를 만날 때는 상당히 낮춘 자세를 보여요. 간식인 척 하면서 고개도 많이 숙이죠. 영화 ‘아수라’에서 주지훈 형님의 연기가 치사하면서도 말을 잘 듣는 것 같은 오묘함이 있다고 생각해서 참고했어요. 동선이나 자세 등을 많이 따왔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장도한이라는 인물에 더욱 감정이입하게 됐다. 물론 당시에는 본인도 자신의 연기가 잘 됐는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는 힘들다. 한 장면을 찍고 두 장면 정도 더 찍고 나면 그 전에 했던 장면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있어서 다시 한 번 촬영한 부분이 있었다.
“아버지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 있었어요. 감정적으로 너무 슬프다보니까 과도하게 울어버린 거죠. 제가 먼저 촬영하고 아버지 부분을 촬영한 다음 다시 제 차례로 돌아올 때 다시 찍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조금 절제해야겠다고. 지금까지 장도한을 생각하면 아무리 슬퍼도 펑펑 우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요. 다시 찍은 게 방송에 나왔어요. 매끄러워 보여서 다행이었죠.”
이 같은 노력 덕분일까. 이번 작품을 통해 김영광은 연기적인 호평을 많이 들었다. 사실 그는 전작인 ‘우리 집에 사는 남자’에서도 수애와의 멜로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다만 드라마의 시청률과 화제성이 낮았던 점, 그리고 모델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연기력이 가려진 편이었다. ‘파수꾼’은 장르물인데다 역할도 입체적이었기에 연기적으로 더욱 주목받을 수 있었다.
배우 김영광/사진=와이드에스 컴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칭찬 많이 들으면 더 하고 싶잖아요. 앞으로도 더 좋은 말들을 듣고 싶죠. 드라마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빨리 다른 작품을 보여드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까지도 길게 쉰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는 유독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실제로 ‘우리 집에 사는 남자’ 다음으로 ‘파수꾼’을 할 때까지 텀이 길지 않았다. 집에서 노는 것은 우울하고 연기하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란다. 그런 그에게 특별한 습관이 하나 있다. 드라마가 끝나면 포스터에 주연배우들 사인을 받아서 액자로 모으는 것이다. 액자를 볼 때마다 작품에 임할 때가 기억나고 기분도 좋고. 그래서 더욱 여러 작품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가 보다.
“장르물을 되게 좋아해요. 앞으로 전쟁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꼭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선배님들께 전쟁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니 너무 힘들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감당할 수 없는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인해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궁금해요. 저 나름대로 작품을 할 때마다 연기를 많이 바꾼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새로운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그 작품에 맞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죠.”
구체적으로 해보고 싶은 배역으로 실존 인물을 맡아보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위인들이 나온 작품을 보면서 본인이 맡았다면 어땠을까 상상도 해봤다고. 국내 작품에서 다루어진 위인 중에 이순신만한 인물이 또 있을까. 김영광 역시 비록 나잇대는 맞지 않지만 본인이 이순신 역을 했다면 어땠을까 떠올려봤다. 배우로서 도전하는 것에 스스로 정한 한계치는 없어 보였다. 힘든 전쟁물도, 부담되는 위인 역도 김영광에게는 해보고 싶은 도전이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사실 뻔하게 대답하게 되는데, 꾸준히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어떤 흐름을 타기 보다는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배우였으면 하고요. 김영광이 주인공일 때 자기만의 색이 느껴진다는 소리를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색인지는 모르겠어요. 아직 제가 완성형이 아니니까요. 다만 어떻게 완성이 될지는 몰라도 저만의 방식으로 완성되는 것은 분명할 거예요.”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