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 종영] “똑같은 얼굴인데 그립네”…양세종의 1인 2역, 제대로 건졌다

“똑같이 생긴 성준 삼촌을 매일 보기는 하는데 그래도 가끔 아저씨가 보고 싶다”

모든 배우에게 행복한 마무리였지만 모든 배역에게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선한 양세종은 살았으나 악한 양세종은 죽었다. 하나의 인물로 온전한 행복을 얻은 정재영, 김정은, 서은수와 달리 1인 2역을 연기한 양세종에게는 기쁨과 아쉬움, 고마움과 미안함이 공존했다.

/사진=OCN ‘듀얼’
‘듀얼’은 선과 악으로 나뉜 두 명의 복제인간과 딸을 납치당한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추격 스릴러물이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살인마로 인해 누명을 쓴 이성준(양세종 분)과 형사의 딸 장수연(이나윤 분)을 납치한 살인마 복제인간 이성훈(양세종 분), 이들로 인해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 형사 장득천(정재영 분)이 복제인간의 비밀에 다가서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 23일 OCN 토일드라마 ‘듀얼’ 최종회가 방송됐다. 22일 방송분에서 산영제약에 납치됐던 류미래(서은수 분)가 탈출에 성공했으나 그 과정에서 경호원의 총에 맞은 득천은 의식을 잃었다. 미래는 심정지가 온 수연을 보고 “저 하나 살리자고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는데 수연이마저 죽으면 정말 못 산다”며 골수 이식을 서둘렀다.

미래의 골수 채취가 끝난 것을 안 산영제약의 박산영(박지일 분)회장은 골수를 조용히 빼내오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더 살기를 원하지 않는 딸 박서진(조수향 분)은 성훈에게 정보를 미리 흘렸다. 성훈은 경호원을 습격해 골수를 빼앗았고, 성준은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성준은 성훈을 설득하기 위해 마취제를 들고 그의 집을 찾았다.

이후로는 두 형제의 눈물 나는 사연이 펼쳐졌다. 성훈은 골수를 가져가 자신이 아닌 장수연에게 주겠다는 성준에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했다. 이에 성준은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고, 성훈은 어릴 적 자신에게 한 약속은 지키지 않았던 성훈에게 “나한테도 찾으러 온다고 약속했잖아. 12년을 기다려도 안 오더니”라고 소리쳤다.

성훈은 성준은 물론 한유라 박사에게도 오해를 갖고 있었다. “한유라 박사랑 너랑 똑같아. 나하나 넘겨주고 너희끼리 편하게 살려고 산영이랑 약속이라도 한 거야”라며 분노를 내비쳤다. 성준은 “박사님은 너 치료제 만들려고 산영에 들어간 거”라며 “박사님과 네가 행복하게 살고 있을 줄 알았다. 나도 보육원을 전전하면서 박사님과 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힘들었던 과거를 털어놨다.

성준은 이어 “누가 그러더라. 복잡하게 살지 말고 그냥 살라고. 진짜 인간인지 복제인간인지 생각하지 말고 사람처럼 살자”고 설득했다. 이어 “이번만큼은 널 살리겠다”며 절절한 진심을 내보였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성훈이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고 성준은 마취제를 투입했다.

성준은 쓰러진 성훈을 침대에 눕혀놓은 뒤 집안을 뒤지며 골수를 찾았다. 그러나 결국 발견하지 못했고 때마침 성훈을 잡으러 온 산영제약 경호원들과 마주쳤다. 상황을 파악한 성준은 금세 눈빛을 바꾸며 성훈인 척 했고, 골수는 이미 자신의 몸에 투입했다고 거짓말했다. 수연과 성훈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결국 성훈대신 성준이 산영제약 연구실로 끌려가게 됐다.

성준이 붙잡힌 것을 안 성훈은 그를 구하기 위해 산영제약의 박 회장을 찾아갔다. 총구를 들이밀며 “골수를 빼돌린 것도 나고 맞은 것도 나니까 성준은 풀어달라”고 협박했다. 성준이 풀려나는 것을 본 성훈은 총을 내렸고 대신 묶였다. 그러나 박 회장은 성준을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어겼다. 성준을 연구팀에 주고 생체실험 하는데 쓰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성훈은 여기까지 예상하고 있었다. 박 회장을 만나러 오기 전에 골수는 이미 미래에게 돌려줬다. “대체 왜”라고 말하는 미래에게 성훈은 “그냥 사람답게 사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서”라고 남겼다. 이후 득천에게는 성준이 납치된 것을 알려줬다. 3일 만에 깨어난 득천이지만 곧바로 달려가 성준을 무사히 구해냈다.

한편 성훈은 자신의 손을 묶고 있던 것을 순식간에 풀고 회장의 목을 벴다. 박 회장이 살아있다면 계속해서 성준이네를 노릴 것을 알고 벌인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경호원들에게 총을 맞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성훈은 총에 맞는 순간 애처로운 웃음을 지었다. 끝까지 눈도 감지 못한 애처로운 죽음이었다.

미래는 성준에게 “자기를 사람이 아니라 복제품 취급하는 세상과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살아남는데 집착했는데 문득 돌아보니까 정작 자기가 자기 자신을 제일 사람처럼 대하지 않았다고. 사람답게 사는 걸 스스로 포기했던 것 같아서 마지막은 사람답게 갈 거라고 했다”며 성훈의 이야기를 전했다. 비록 탄생은 복제였지만 죽음은 그 누구보다 인간적인 성훈이었다.

최조혜(김정은 분)는 산영제약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24년 전에 죽은 이용섭 박사의 시체와 얼마 전에 죽은 이성훈이 닮았다는 것을 증거로 제시했다. 현재도 대리모를 통해 태아 유전자 조작이 이뤄지고 있었다. 조혜는 증거 사진을 넘겨준 득천에게 “계속 지켜봐 달라. 장팀장이 지켜본다고 생각하면 중심 잡기도 쉬울 것 같다”고 당부했다. 한편 서진은 살인청부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1년 후, 제법 머리가 긴 수연은 성훈의 납골당을 찾아 “똑같이 생긴 성준 삼촌을 매일 보기는 하는데 그래도 가끔 아저씨가 보고 싶다”고 그리워했다. 성준은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하다”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했다. 득천과 성준, 수연과 미래를 태운 차는 천천히 도로를 달렸다. 성준은 차 밖으로 손을 내밀어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사진=OCN ‘듀얼’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이종재 PD는 “복제인간도 앞의 복제만 빼면 인간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주제는 16회 동안 ‘듀얼’을 관통했다. 탄생에 상관없이, 진정 사람답게 사는 것은 그 사람의 행동으로 증명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비록 시청률은 전작 ‘터널’에 비해 높지 않았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주제였다. 또한 사랑이야기를 거의 완벽하게 배제한 뒤 추격전을 통해 장르물로서의 재미를 배가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었다.

정재영과 이나윤은 완벽한 부녀케미를 뽐냈다. 정재영은 “딸 찾는 마음만큼은 영화 ‘아저씨’의 원빈이었다”고 말한 것처럼 눈물 나는 부성애를 보여줬다.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추격 스릴러물에 걸맞은 무게감을 더했다. 이나윤은 아역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로서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만성 골수형 백혈병을 앓고 있는 역할로 여러 번 시청자들의 눈물샘의 자극했다.

무엇보다 ‘듀얼’의 가장 큰 수확은 양세종이었다. 양세종은 초반 1인 2역부터 중반부 1인 3역에 이르기까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복제인간 연기를 해냈다. 전개 초반에서는 선한 성준과 악한 성훈을 정확히 대비시키며 두 가지 인물을 창조해냈다.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의심될 정도로 눈빛과 말투를 순식간에 바꿨다.

중반부가 넘어갈수록 그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성훈과 성준이 같은 과거를 공유한다는 점이 밝혀짐에 따라 성훈에게도 동정심을 느끼게 했다. 때로는 성훈을 응원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동시에 성준의 선함도 세심하게 살려냈다. 특히 성준이 성훈인 척, 성훈이 성준인 척 하는 부분에서 더욱 물오른 연기를 선보였다.

마지막 회 수연의 대사가 무척이나 마음에 남는다. 똑같이 생긴 성준이 있음에도 성훈이 그립다는 것. 아마 극 중 인물들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드라마를 달려온 시청자들도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내내 외로움과 분노 속에서 사투해온 성훈이 결국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모두를 구한 것은 아련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한편 ‘듀얼’의 후속은 옥택연, 서예지 등이 출연하는 ‘구해줘’다. 사이비 종교 집단에 맞서 첫사랑을 구하기 위한 뜨거운 촌놈들의 좌충우돌 고군분투를 담았다. 8월 5일 첫 방송.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