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창이냐 현대重 방패냐...철강-조선 양보없는 '후판값 전쟁'

"후판 손익분기점 달성여부는 인상폭에 달렸다" 포스코 선공
조선사들 "업황 침체로 후판 수요 급감...인상폭 최소화해야"

후판(주로 선박용으로 쓰이는 두께 6㎜ 이상 철판) 가격을 둘러싼 철강사와 조선사 간의 치열한 기 싸움이 시작됐다. 반기마다 돌아오는 ‘빅 매치’지만 올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은 그 어느 때보다 양보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원재료 가격 등락과 중국 철강 구조조정 등 후판 가격 결정의 변수로 작용할 만한 요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 1위인 포스코의 창과 현대중공업의 방패에 업계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조선·철강업계에 따르면 각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과 포스코를 필두로 최근 주요 조선·철강사들이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전체 선박 가격 원가의 20~25% 안팎을 차지하는 후판 구매 협상은 조선사와 철강사 모두에 빅 이벤트다.

그 중에서도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의 가격 협상은 두 업계 향방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포스코의 후판 품질이나 공급 능력에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곳은 3개 조선사를 거느리며 막강한 구매력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정도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현대제철과 현대중공업 간 협상 결과가 전반적인 조선소향(向) 후판 가격에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선공’은 포스코가 날렸다. 지난 20일 포스코의 2·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철강사업전략실장인 정탁 전무는 “후판 사업에서 손익분기점(BEP) 달성 여부는 주요 후판 수요처인 조선사들과의 하반기 가격 협상에 달렸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정 전무는 그러면서 “수요 산업 업황이 어려워 인상 폭이 얼마가 될지는 협상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원론적으로 언급했지만 가격 협상의 방향은 ‘인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인상 폭이 얼마일지의 문제일 뿐 인상 자체를 전제로 했다는 것이다. 현대제철 역시 같은 분위기다.

철강업계의 이런 구상은 조선사들의 인식과는 괴리가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사들은 전 세계적인 조선경기 침체에 따른 후판 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공급 과잉, 원재료 가격 급등세 안정 등을 언급하며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협상 초기 각자의 요구사항임을 고려하더라도 인상 혹은 인하로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 자체가 아예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의견이 대립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철강과 조선이 가격 결정의 핵심 근거로 제시하는 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철강사들은 지난해 말 급등세 이후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석탄 가격을 고려해 추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고로사들이 주로 쓰는 호주산 강점탄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톤당 100달러 안팎에서 연말 톤당 231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분기에도 150달러선을 유지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 초 가격 협상에서 다른 철강재는 가격 인상에 일부 성공했지만 후판의 경우 여전히 원재료 인상분을 다 반영하지 못해 적자가 나고 있다”면서 “가격 인상 요구는 유효하다”고 못 박았다. 여기에 중국 철강 구조조정 영향 등으로 중국산 후판의 국내 유통 가격이 올 4월 말 톤당 53만원으로 저점을 찍은 후 이번 달 56만원까지 상승하는 등 국내산 철강재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반면 조선사들은 글로벌 조선경기 침체에 따른 후판 수요 급감, 이에 따른 공급 과잉을 이유로 인상 폭을 최소화하거나 동결 내지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용 후판은 철강재 중에서도 대표적인 공급 과잉 품목”이라면서 “원재료 가격 상승분 일부를 반영하더라도 인상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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