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제930호 이경석 사궤장 연회도 화첩. /사진제공=문화재청
유교의 나라 조선에는 70세를 넘긴 신하에게 팔을 편하게 기대어 앉을 수 있는 접이식 의자 ‘궤’와 몸을 의지할 수 있는 지팡이, 가마 등을 주는 풍습이 있었다. 현종 9년(1668년) 11월 왕은 당시 원로대신이던 이경석에게 ‘공경’의 의미를 담아 궤 1점과 지팡이 4점을 하사했고 이들 하사품 5점과 함께 연회 장면을 그린 그림은 1987년에 보물 제930호로 일괄 지정됐다. 벼슬이 정승까지 올랐어도 70세까지 장수를 누린 일은 드물었기에 임금이 내린 이들 물품이 귀중할 뿐 아니라 조선시대 왕실 발주 공예품의 제작 양식을 보여주고 그림을 통해 당시 축하잔치의 풍속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그림은 멀리 원경과 그림 앞쪽에 간략한 청록산수를 배치했다. 널찍이 마련된 가운데 자리에 왕의 하사품이 집에 도착한 것을 축하하는 궁중 악사의 연주와 무희의 춤 장면 등 주제 내용이 담겼다. 그림 중앙부 오른쪽의 제일 큰 천막 아래로 이번 연회의 주인공 격으로 이 ‘궤’가 작지만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궤는 높이 93㎝, 폭 77.4㎝로 노끈을 단단하게 엮어 앉는 자리를 편하게 만들고 괴목 가운데 구멍을 뚫어 몸을 기댈 수 있게 했고 등받이 표면은 자작나무 껍질로 쌌다. 지팡이 4점은 새 머리가 조각된 지팡이, 칼이 든 지팡이, 삽 모양으로 제작해 여름용과 겨울 외출용으로 나뉜 지팡이로 구성됐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