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현·김서영, 한국수영 희망의 물살 가르다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서
女접영 100m·개인혼영 200m
사상 처음으로 결선 진출 쾌거
안, 박태환 코치 지도 받고 급성장
김, 영리한 레이스로 작은 키 커버

안세현(왼쪽)과 김서영. /연합뉴스


“한국수영은 끝났다.” 약 1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후 체육계에서 나온 얘기다.

한국수영은 리우 올림픽에서 단 한 명의 결선 진출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앞서 수영연맹은 집행부 비리에 관리단체로 지정됐고 올림픽 후에는 전·현직 남자 대표팀 선수가 선수촌 여자 대표팀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체육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회생 불능일 것 같던 한국수영을 일으킨 건 그동안 간판 박태환(28·인천시청)에 가려졌던 여자 대표팀이었다. 24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에 나선 안세현(22·SK텔레콤)과 김서영(23·경북도청)은 각각 여자 접영 100m와 개인혼영 200m에서 결선에 진출, 25일 새벽 차례로 가슴 벅찬 결선 레이스를 벌였다. 한국 여자 접영의 세계선수권 결선행은 처음 있는 일. 개인 혼영 종목의 결선 진출은 남녀를 통틀어 사상 최초다. 안세현과 김서영은 이제 2020년 도쿄 올림픽 메달 목표를 당당하게 밝힐 수 있다.


◇박태환 코치가 찍은 차세대 간판 안세현=안세현은 준결선에서 57초15의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2조 4위, 전체 16명 중 6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다. 리우 올림픽 접영 100·200m에서 각각 10위, 13위에 머물러 눈물을 보인 뒤 이를 악물었다. 그해 12월 호주 브리즈번에서의 맥도널드 퀸즐랜드 챔피언십에서 57초60의 한국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지난달 유럽 전지훈련 중 출전한 프랑스의 한 대회(2위)에서는 57초28로 다시 기록을 단축했다. 이번 대회 57초15까지 7개월간 0.45초나 앞당긴 것이다.

안세현은 박태환을 가르쳤던 마이클 볼(호주) 코치의 지도를 2015년부터 받으며 세계 수준으로 올라섰다. 지난 2011년 상하이 대회를 시작으로 4회 연속 세계선수권 무대를 거치며 쌓은 경험과 올림픽에서의 실패가 밑거름이 됐다.

◇전국체전이 발견한 보석 김서영=수영선수로 작은 키(163㎝)의 김서영은 영리한 레이스 운영으로 신체의 불리함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혼영 400m 예선 탈락 뒤 지난해 올림픽 개인 혼영에서 200m 공동 12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올림픽 뒤 10월 전국체전에서 한 단계 도약을 이뤄냈다. 자신의 200m 한국기록을 0.37초 단축해 2분10초23을 찍은 것. 400m와 계영에도 출전해 한국신기록을 4개나 수립하며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여세를 몰아 김서영은 생애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2분09초86으로 한국기록을 다시 경신하며 2조 3위, 전체 5위로 결선까지 내달렸다. 그동안 세계선수권 대표선발전 때마다 어깨 부상과 장염 등에 발목 잡혔던 김서영은 이번에는 세계 8위의 기록으로 당당히 헝가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편 박태환은 남자 자유형 400m에서 4위(3분44초38)를 기록했다. 세계수영선수권 경영 부문에서 한국선수 3명이 결선에 진출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박태환은 26일 자유형 200m, 31일 자유형 1,500m에서 메달 획득에 재도전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