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손바뀜이 나타나고 있다. 박스권 장세에 따른 학습효과 여파로 지수 상승 시 주식형 펀드를 환매하며 자금은 순유출되고 있지만 새롭게 들어오는 자금의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코스피 상승 국면에서 개인의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 ‘뉴머니(New Money)’가 유입되고 있는 점은 지수 추가 상승 기대감을 더욱 강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06%(1.47포인트) 오른 2,451.53에 장을 마감하며 8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코스피는 차익 실현에 나선 외국인이 1,657억원 순매도하며 약세를 보였지만 기관이 장 막판 순매수(1,436억원) 규모를 확대하고 개인도 뒤따라 순매수(198억원)하며 지수를 2,450선위로 올려놓았다.
코스피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시장의 관심은 이제 이 같은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쏠려 있다. 코스피가 세운 역대 최다 연속 최고가 행진 기록은 한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하던 지난 1980년대 후반에 세웠던 10거래일이다. 일단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코스피의 추가 상승세를 점치는 분위기다. 올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증가세가 가팔라 주가 상승분을 수용할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기준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4.85배로 박스권이 한창인 최근 4년간(2013~2016년) 평균 PER인 14.82배와 비슷한 수준이며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17배로 최근 4년 평균 PBR(1.10배)와 유사하다. 올 들어 코스피가 20% 이상 올랐지만 장부가치나 실적 대비로는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주목할 것은 그동안 시장 상승의 걸림돌이던 국내 주식형 펀드에 신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형 환매가 마무리됐다는 다소 이른 분석도 나온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2011년 이후 박스권 장세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으면 팔고 1,900포인트로 내려오면 사는 기계적 대응으로 손실을 최소화했다. 이 같은 매매전략은 지수 하방 경직성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지수 상승시 환매물량을 쏟아내며 지난 6년간 박스권 장세를 지속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올해에도 주식형 펀드에서 6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출되며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점은 코스피가 2,300선을 돌파한 5월 말부터 주식형 펀드의 순유출 규모가 둔화하고 신규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ETF 포함)의 월평균 신규 설정 금액은 올해 1·4분기 1,226억9,400만원에서 2·4분기 2,330억1,8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스피가 2,300선을 넘어 본격 상승하기 시작한 5월22일부터 지난 20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에 유입된 신규 자금은 2,742억1,400만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월평균 펀드 순유출 금액은 723억원에서 234억원, 다시 117억원으로 둔화했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주식형 펀드에 월평균 3,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신규로 들어온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코스피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이라며 “현재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구간에서 자금 유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6월 말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 원본액이 51조7,000억원으로 펀드 붐이 일었던 2007년(41조4,000억원) 대비 10조원 정도 많아 추가적인 자금 유출을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절대 금액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4조9,000억원이 빠져나간 점을 고려하면 펀드 자금의 순유출은 앞으로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 연구원은 “코스피 상승장에서 주식형 펀드로 신규 자금이 들어온다는 것은 추가적인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외국인이 주도하는 장세에서 주식형 펀드의 손바뀜은 지수 하방 경직성을 다지는 동시에 추가 상승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