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요동치고 해킹 이슈가 발생하는 등 관련 시장의 혼란이 거듭됐지만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가상화폐 제도화 태스크포스(TF)는 올 들어 상반기 단 한 차례 열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다 갑작스러운 가상화폐 폭등 상황에서도 일머리를 잡고 논의를 진두지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에서 제출 받은 가상화폐제도화 TF 운영 현황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3월9일 개최한 TF 회의를 마지막으로 이달 5일까지 회의를 소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월 회의는 올 들어 개최한 처음이자 마지막 TF 회의였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TF를 발족하면서 올 1·4분기까지 디지털 통화의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이와 달리 현 시점에 TF가 내놓은 것은 8쪽 분량의 ‘가상통화 개념 및 최근 동향’이라는 보고서가 전부다. 보고서는 가격·거래량 동향과 해외 규제 상황 등을 기술하고 있다. 반면 가상화폐 거래에 어떤 규율을 적용할지, 가상화폐가 과세나 외국환거래법의 적용 대상인지, 거래 폭증이나 가격 변동에 따른 안전성 대책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등은 담고 있지 않다. 회의 내용 역시 사실상 개념과 사례 스터디가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 관계자는 “지난달 금감원이 가상화폐 실무회의를 열려고 하자 금융위가 이를 뒤늦게 알고 취소시키는 등 금융위가 논의 주도권을 쥐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정작 빠르게 시장 상황이 변하자 수동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시기 가상화폐 시장은 요동쳤다. 올 1월까지만 해도 100만원 안팎을 유지하던 1비트코인 가격은 5월 말 468만원까지 4배 이상 치솟았다가 이달 들어 273만원까지 떨어졌다. 그 와중에 지난해의 4배에 가까운 6조450억원에 이르는 자금이 가상화폐 시장에 몰려 널뛰기 장세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는 고객 3만명의 정보가 새나가 보이스피싱 피해로까지 번졌다. 박 의원은 “금융위가 일찌감치 TF를 구성해놓고도 사실상 운영하지 않아 피해 예방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효율적인 TF 운영을 주문할 것”이라고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17일 청문회에서 “가상화폐 거래 과열의 문제점이 분명 나타나고 있고 소비자가 피해와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